이집트혁명 리포트

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해외초청: 응답하라 99%

밧삼 모르타다 | Egypt | 2012 | Documentary | Color | HD | 63min

SYNOPSIS

2011년 1월 28일. 카이로 호텔에 머물던 6명의 이집트 기자는 치안부대가 시위 군중을 공격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정부의 치안부대는 휴대전화와 인터넷 통신을 전면 차단하지만 기자들은 촬영한 영상을 전파할 방법을 찾아냈고, 곧 수백만 시청자들은 평범한 이집트인들이 자유를 되찾고자 저항하는 장면을 지켜보게 된다.

FESTIVAL & AWARDS

2012 제6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2012 제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DIRECTOR
밧삼 모르타다

밧삼 모르타다

2006 < Helwan House >

2009 < No Alternative >
2009 < Women Voices >
2009 < Justice & Fairness >
STAFF

감독 Bassam MORTADA
제작 Kismet EL SAYED, Nora YOUNIS
제작부장 Mohamed SEIF
촬영 Ayman EL NOKALY
편집 Mahmoud METWALLY, Inas MARZOUK
음악 Khaled SHOKRY
녹음 Mohamed FAWZY
출연 Nora YOUNIS, Ahmed RAGAB, Shaymaa ADEL, Samah, Mostapha BAHGAT, Ahmed ABDEL

PROGRAM NOTE

“국민은 정권이 물러나길 원한다!”그 거리가 기억난다. 이상하다. 오래전의 기억 속에서 그 사람들은 웃으며 자신들의 지도자에 대한 칭송을 이방인에게 쉬지 않고 했었다. 강가에 줄지어 늘어선 사람들이 보인다. 화가 나 있다. 내게 했었던 격한 칭송은 이방인에 대한 서투른 자존심이었던 건가?백 명이 넘게 죽었다. 저격수에 의한 총상이었다고 했다. 더 이상 고무탄이 아니고 실탄이라고 한다. 발포가 허가된 거다. 이상하게도 내가 분명히 겪었던 일처럼 익숙하다. 도로를 무자비하게 질주하는 페퍼포그 차량이 한 사내를 치고 도주한다. 사내는 길바닥에 여지없이 나뒹굴었다. 장갑차와 돌을 쥔 사람들이 밀고 밀리는 다리 위의 시가전이 이어졌다. 쓰러진 사내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는 살았을까? 그들의 지도자였던 나이 든 남자는 텔레비전을 통해 끝까지 국가를 지키겠다고 새롭지 않은 약속을 한다. 오래전 스스로가 팔아 버린 건지도 모를 그 국가를 다시 지키겠다고 말이다. 그 시절 카이로의 벽에 그려져 있던 얼굴에 비해 주름이 늘었고 살이 불었다. 그는 국가였고 그를 포함한 국가는 중동의 맹주라고 했었다. 다른 주변 국가에 비해 이집트는 상당히 개방적인 국가이고 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의 긴장을 흡수하는 범퍼이며 완충 장치라고 했었다. 카이로 시내의 재래시장은 활기찼고 이방인을 향한 바가지는 상인의 웃음에 얹어진 할인 폭만큼이나 컸다. 히잡을 두르지 않은 여자들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나일 강의 밤을 유유히 떠다녔다. 나이트클럽에는 어느 곳의 젊은이들과 다르지 않게 청춘이 출렁거렸고 그들은 이방인의 카메라 공세에 당당하게 맞섰다. 카이로는 상당히 열려 있는 인상이었다. 대체 그동안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에누리의 폭만큼 정권에 대한 여론의 폭도 벌어져 있었던 것을 정치 당사자들은 알지 못했던 것이다. 2011년 초 일어난 이집트에서의 혁명을 취재했던 5~6명의 기자들을 인터뷰하는 <이집트혁명 리포트>는 말 그대로 리포트를 해야 하는 기자의 자세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역사의 현장에서 그 역사의 순간을 기록하는 것과 역사에 동참하는 것 사이에서 어떤 거리감과 균형감을 유지해야 할 것인지, 매 순간 영화 속의 기자들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고 결정을 내려야 했다. 수많은 희생을 낳은 혁명의 성취에 기뻐하면서도 그 역사의 순간에 대한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기자이며 기록자들이라는 입장은 “순교자들에게 승리의 영광을” 돌리며 다시금 그 역사를 반추하고 근심하는 이들이 지녀야 할 강건한 태도와 현장에서의 삶에 대해 ‘지금 여기’를 묻게 한다. 그것은 거대한 플래시백으로 이제는 맛집과 예쁜 길 사이로 묻혀 버린 혁명의 기억을 뒤적거리게도 한다. 조금 짙은 탄식과 함께.

이난/서울독립영화제2012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