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특별초청 단편
정승현 | 2013 | Fiction | Color | DCP | 24min 39sec
SYNOPSIS
한국계 독일인 태식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독일에서 이방인 취급을 당하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점점 정체성을 잃어가고 삶은 방황으로 이어진다. 중요한 복싱 시합 전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로 집중을 못 하고 결국 포기하게 될 무렵…….
DIRECTING INTENTION
“일어나!” 지치고 힘들어 그저 바닥에 주저 앉고 싶을 때. ”일어나!“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이런 포기 할 줄 모르는 의지가 육십 년 대 조국을 뒤로한 채 독일로 건너온 젊은이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타오르고 있 었다. 그들은 언젠가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지니고 조국에 가족을 남겨둔 채 독일 각지에 뿔뿔이 흩 어져 광산으로, 혹은 병원으로 묵묵히 자신의 일을 찾아 떠났다. 그리고 교포 2세대들은 어느새 삶의 배경이 된 독일이라는 나라가 자아에 강하게 새겨진 채로 그들의 부모와 또 다른 문제와 맞닥 뜨리게 된다. “아시아인의 외모와 독일의 사고방식. 한국의 감성과 독일의 이성.“ 많은 교포 2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 전에 자신과 같은 삶을 살았던 본보기가 없다. 무언가 보고 똑같이 따라 하기조차 쉽지 않다. 자신 또래의 독일인들과 비교해 봐도, 부모 세대와 비교해 봐도 나와 같지 않다는 걸 깨닫고 고민하고 좌절한다. 서로 대조되는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 때문에 불가피하게 두 세대는 종종 갈등을 겪기도 한다.
DIRECTOR

정승현
STAFF
연출 정승현
제작 정승현
각본 정승현
촬영 Max von Matthiessen
편집 Aron Szbo
음악 Robert Zimmermann
미술 Mirjam Pajakowski
출연 오정민, 여흥현, 송순희
PROGRAM NOTE
강태식은 재독교포 2세다. 그의 부모님은 박정희 정권 시절 독일에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였다. 그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되어 고향을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한 재독 1세대다. 태식은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끝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 어머니와 가부장적 권위로 설교를 늘어놓는 아버지 밑에서 한국식으로 자랐다. 그의 부모님은 그가 의사가 되길 바라지만, 그는 아마추어 권투 선수다. 태식에게는 독일인 여자 친구가 있지만 그녀는 집안에서 신발을 벗는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면접 담당자는 그의 국적이 독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태식은 이 짜증나고 답답한 상황에서 도망치기로 한다. 산다는 것은 정답이 없는 숙제다. 특히 청춘의 방황과 자아에 대한 고민은 사춘기와 함께 일찌감치 시작되어 평생을 괴롭히는 영혼의 짐이다. 한 순간 희망으로, 때로 절망으로 꼬리에 꼬리가 물리는 인생무상일 뿐이다. 정승현 감독의 <일어나>는 그러니 다 포기해 버리자고 내려놓아 버리는 순간의 이야기다. 감독 자신이 교포 2세로서 겪었던 고민과 경험을 녹여 직접 연기하고 연출한 작품으로, 머리 속의 혼란을 그대로 화면에 옮긴 듯한 장면 구성을 보여주면서도 그 내용만큼은 다큐멘터리 못지 않게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유정은/서울독립영화제2014 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