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하는 비디오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제26회)

새로운 상상력

이정수 | DV6mm | 칼라 | 18분 30초 | 2000년

SYNOPSIS

두 남녀가 자신들의 일상을 찍어 영화로 만들어 보고자 한다. 그러나 의사소통은 힘이 들고, 자신들이 어딘가에 갇혀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무언가 고백을 무언가 순간, 그것은 무화된다.

DIRECTING INTENTION

영화에 대한 기존의 관습과 규칙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마치 백지상태에서 (그것이 불가능하더라도) 영화를 한 번 만들어 보고자 했다. 그래서 두 달 동안 카메라를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나의 일상들을 즉흥적으로 촬영하였고, 요사이 나의 정서를 지배하고 있는 자막들을 먼저 만든 후에, 35시간이 넘는 촬영된 영상 중에서 그 자막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골라내어 편집하였다. 그러므로 그 편집은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

FESTIVAL & AWARDS

2000 제26회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새로운 상상력 부문 수상, 독불장군상

DIRECTOR

이정수

2000 <자급자족하는 비디오>

2002 <안피스베나 Ver. 2.0>

2005 <나는 영화다>

 

 

 

STAFF
PROGRAM NOTE

정말로 영화는 관객과 무관하게 진행될 수 있나? ‘영화는 관객과 무관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문장이 나오기 전까지 <자급자족하는 비디오>의 설명 없이 거친 진행은 관객에게 낯설게 다가온다. 영화에는 이 뿐만 아니라 선언처럼 들리는 여러 문장이 등장한다. ‘농담을 하라 그러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라는 말을 듣고 있으면 ‘그럼 영화가 농담이냐!’ 라는 생각이 들지만, ‘역이요’와 ‘여기요’, ‘복숭아 농장’과 ‘노자’를 가로지르는 강력한 농담에 충격을 받는 순간 선언에 가졌던 거부감 자체를 잊게 된다. 영화는 집을 나온 지 한달이 됐다는 여자와 그를 촬영한 이정수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주체인 감독과 배우가 되고 또한 영화를 보는 주체인 관객도 되어 영화를 만드는, 뼈있는 농담 같은 영화인 것도 같다. 골목을 달리는 여자의 뒷모습을 촬영한 장면이나 책과 비디오테이프를 배경으로 앉은 예쁜 여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처럼 상투적인 태도와, 그 장면이 영화임을 드러내서 상투성을 바로 벗어나는 태도를 지켜보다 보면 ‘리모콘 끝을 보지 말고 텔레비전을 보라’는 문장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영화는 정확한 이야기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전달하겠다는 강한 의무감에 차있는 것도 아니다. 두 사람에게 왠지 모를 피곤이 엄습해서 자급자족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잘 가, 라고 말하며 영화는 관객을 보내기까지 한다. 하지만 새로움을 전달하겠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인 여타 새로운 척하는 지겨운 영화들 보다는 훨씬 새롭게 보인다.
그런데 한국 영화 발전에 가장 기여한 것은 정말로 청 테이프인가?

김이환 / 서울독립영화제2006 관객심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