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부인이 건강하길 바라네
서울독립영화제2010 (제36회)
본선경쟁(단편)
정미나 | 2010|Fiction|Color|HD|23min50sec
SYNOPSIS
어느 무더운 여름 날, 소라는 한 낮의 뜨거운 날씨에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끼고, 스스로도 놀라게 된다. 이 사실을 남편에게 어떻게든 알리려고 하지만, 심리적으로 늘 불안한 모습을 보여온 소라에게 지친 남편은 습관적으로 화를 낼 뿐이다. 고향집에 내려와 요양을 하게 되는 소라는 홀로 시간을 보내며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진다. 남모를 상상을 키워나가게 되는 소라... 남편이 그녀를 다시 찾아오지만, 전보다 더 흐트러진 모습으로 발견된다.
DIRECTING INTENTION
밝고 긍정적인 태도가 정신건강에는 좋겠지만, 지금 현재 어둡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에게는 비슷한 밝기의 공감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FESTIVAL & AWARDS
2010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정미나
2005 <밤에 깨어있음>
2008 <동결>
2009 <불안의 최전방>
STAFF
연출 정미나
제작 제정주
각본 정미나
촬영 김동영
편집 김정훈
조명 유경수
미술 박혜련
음향 채은혜
음악 장영규
CG 김동영
출연 정지연, 김태훈, 홍혜련, 박지환, 김동영, 정승구
PROGRAM NOTE
우리는 우울증에 걸린 수많은 여자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 피를 토하듯 고통을 짜내거나 지독한 자기연민에서 헤어날 줄 모르거나 끝없이 자기를 파멸시키거나... 왜 그렇게 불행을 곱씹는가, 라는 질문이 소용없는, 삶을 병상일기를 쓰듯 살 수밖에 없는 여인들. 이 영화도 표면적으로는 그런 계보에 속할 것이다. 오랫동안 정신적인 불안에 시달린 것처럼 보이지만, 그 상태에서 벗어날 의지가 없어 보이는 한 여인이 등장한다. 하지만 “나는 여기 있는데 갑자기 내가 내몸을 떠났다”라는 불길한 고백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한없이 침착하다. 시종일관 자신의 내면을 설명하는 여인의 내레이션은 너무 담담한 어조이고, 그녀의 이상한 행동들을 바라보는 카메라 역시 감정에 휘둘림이 없다. 이 여인의 우울증은 그저 나열된다. 그런 거리두기 때문에 우리는 냉소든, 연민이든 그녀에게 감정이입을 하기보다는 곤충의 행태를 구경하듯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실은 그녀의 증상이 사랑하던 남자가 죽은 후부터 시작되었으며, 그녀가 여전히 그의 환영을 본다는 걸 우리가 알게 되는 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끝까지 자기의 냉정한톤을 붙잡을 때, 이 여인이 한없이 가여워진다. 그녀가 아파하는 상실은 무엇일까. 결국 그녀를정신병원에 가두고서야 영화는 끝난다. 그런데 그녀가 병원 침대에 누워, “마음이 가라앉았다.내 이야기는 여기까지”라고 말하자, 지금까지 우리가 본 이 우울증의 서사가 여자가 아닌, 영화자신의 고백처럼 들린다. 그건 체념일까, 다시 시작하기 위한 다짐일까. 위태롭게 스스로를 버티다가 ‘마음 속 혼란이 바닥을 드러내자’ 병원으로 걸어 들어간 영화는 다시 자기 힘으로 병원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 다시 새로운 이야기로 세상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
남다은 / 서울독립영화제201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