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춘언니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본선 장편경쟁
이수정 | 2020 | Documentary | Color+B/W | DCP | 97min 19sec (K, E) | 집행위원회특별상
SYNOPSIS
기타 공장에서만 30년 일했던 노동자가 어느 날 갑자기 잘 다니던 공장이 문을 닫으며 투쟁이란 걸 하게 된다. 억울하고 답답한 세월이지만 새로운 삶을 경험하게 되는 재춘. 앞에 나서기를 싫어했던 그이지만 연극 무대에서 셰익스피어와 카프카의 대사를 말하고, 밴드 연주도 하게 된다. 기타 노동자의 투쟁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젊고 멋진 친구들이 함께하며 이전에 그가 믿었던 세상은 부정된다. 시골의 공장에서 기타만 만들었던 중년의 아저씨는 ‘재춘언니’라 불리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존재가 된다. 하지만 1~2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투쟁은 10년을 넘어가고 대전의 집에 떨어져 있는 두 딸을 보살펴 주지 못하는 재춘은 가슴이 아프다. 부당한 정리해고이기에 당연히 이길 줄 알았던 정리해고무효소송이 끝내 패소하고 더 이상 할 것이 없어 보일 때, 농성일기를 쓰고 시를 읽던 재춘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하게 된다.
DIRECTING INTENTION
노동운동의 대의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개인의 갈등과 변화를 표현하고자 했다. 공장과 집만을 오가는 노동자로 살아가던 중년 남성이 해고 이후 예상치 못한 시간을 보내며 다른 배치에 놓였을 때 엿보였던 다른 삶. 한국 최장기 투쟁사업장으로 알려진 콜텍 해고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의 배후를 돌아보고 싶었다. 특이하게도 대전 콜텍 공장에서 일했던 기타 노동자들은 그 어느 곳보다도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의 연대를 이끌어 냈다. 그들은 노동자들의 관습적인 투쟁에 머물지 않고 대중을 끌어들일 수 있는 활동을 창안했다. 어긋난 시간은 바로 그 균열의 지점에서 다른 삶의 가능성으로 충만한 시간이 된다. 단지 피해자의 분노와 억울함에 머물며 고착된 삶이 아닌, 다른 언어를 새롭게 배우고 다른 관계를 맺으며 자기를 넘어서야 했던 시간들.
FESTIVAL & AWARDS
2020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이수정
STAFF
연출 이수정
제작 이수정
촬영 이수정
편집 고동선
음악 전유진
사운드 슈퍼바이저 양정원
믹싱엔지니어 홍랑기
테크니컬 슈퍼바이저 조희대, 김경희
컬러리스트 이승훈
컬러 어시스트 신영섭
출연 임재춘, 김경봉, 장석천, 이인근
PROGRAM NOTE
30년 동안 기타만 만들며 살아온 기타 기능공 재춘 씨. 회사인 콜트콜텍의 갑작스러운 정리해고 통보에 거리로 나와 천막 농성을 시작한 지 벌써 7년째. 그사이 스스로가 말하듯 낯을 가리고 사람들 앞에 얼굴 내밀기를 싫어하던 그의 성격에도 변화가 일었다. 재춘 씨는 천막의 동료들, 연대자들과 함께 연극 무대에 올라 오필리아가 되기도 하고 농성자들과 밴드 활동을 하며 직접 노랫말도 짓고 노래도 한다. 농성자 일기를 쓰고 천막에서 동료들과 철학자의 책을 읽고 낭독하기도 한다. 재춘 씨에게 찾아온 변화의 강세는 이처럼 거세고 그 폭은 가히 가늠조차 되지 않는데 정작 회사와 법원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허망하고 야속하게도 시간은 흘러 어느덧 원직복직 투쟁을 한 지 10여 년이 지났다. 재춘 씨는 이제 더는 투쟁자도, 기타 노동자도 아니다. <재춘언니>는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의 기나긴 투쟁의 한 기록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히는 임재춘이라는 사람의 성정과 매력에 기대어 그에게 보내는 지지와 환대의 표현이자 그를 향한 우정의 영화다. 영화는 그가 쓴 글, 그의 연기와 노래를 방편 삼아 그가 차마 말로 다 표현하지 못했던 자신 안의 깊고 진한 회한을 묵직한 울림으로 전하고 환기한다. 생의 한가운데서 삶의 무게를 오롯이 견뎌야 했던 한 사람, 지금도 여전히 제 몫의 삶을 살아갈 바로 그 사람. 그가 그곳에, 또 여기에, 있다.
정지혜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