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서울독립영화제2006 (제32회)
장편경쟁
양해훈 | 2006 | Fiction | HD | Color | 90min
SYNOPSIS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여기 외로운 그들이 있다.
은둔형 외톨이 ‘제휘’, 자격증 콜렉터‘장희’
자신이 죽을병에 걸렸다고 믿는‘병철’
오래된 연인 관계인 ‘표’와 ‘로미’
어느 날, 그들 앞에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시체가 나타난다!!!
DIRECTING INTENTION
첫 번째는 돌이킬 수 없는 문제 앞에 놓인 사람들을 마주하고 싶었고
두 번째로는 사라지는 ‘어떤 것’들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양해훈
2003 <바람>
2004 <견딜
수 없는 것>
2005 <실종자들>
STAFF
연출 양해훈
제작 릴레이 필름
각본 양해훈
촬영 정희성
편집 김선민 이연정
조명 정희성
미술 김정희
음향 김민이
출연 임지규, 윤소시, 조성하, 표상우, 임지연 등
PROGRAM NOTE
인간보다 더 오래 지구에서 살아온 바퀴벌레는 살충제를 맞아 죽는 즉시 그 자손에게 살충제의 내성이 담긴 유전자를 넘겨준다. 그리고 그 내성은 대를 지속하며 오래간다. 유전자 없이 지속적인 경험만으로도 생기는 인간의 익숙함과 내성 역시 그에 못지않다.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는 집단 괴롭힘과 폭력의 내성에 대한, 그리고 내성 때문에 인지하지 못했던 상처를 치유해가는 이야기다. 청소년기의 집단 괴롭힘과 폭력에 대한 상처와 극복을 그린 영화는 지금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가 특별한 이유는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과 그 힘을 구축하는 극의 구성에 있다.
어린 시절 폭력과 고립에 익숙해진 ‘제휘’는 커서도 컴컴한 방에 늘 혼자 있다. ‘제휘’의 고립된 공간 안에 ‘장희’가 등장하고, 자신을 괴롭히던 ‘표’와 동창생 ‘로미’커플이 들어온다. 그리고 ‘제휘’의 유일한 대화 상대들인 채팅방의 ‘병철’까지. 이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영화의 중심으로 들어오는 계기는 자살한 시체다. 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로서 ‘제휘’와 ‘표’는 그들의 고립과 폭력에 너무도 익숙해져있고, 그 익숙함은 생각만으로는 결코 지워지지 않는 피해자의 몸에 새겨진 문신과도 같은 기억이다. 그리고 그 익숙한 상처를 느낄 때 마다 극은 한 단계씩 전진한다. 자신이 곧 죽게 될 것이라 믿는 ‘병철’은 ‘제휘’의 해결사를 자처하고, 중반 이후의 영화는 억눌렸던 ‘제휘’의 상처가 폭발하는 순간과 가해자인 ‘표’의 격렬한 사투이자 폭력의 연대기다.
영화의 내용은 흔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영화의 말투는 흥미진진하기만 하다. 영화는 사람 스스로 자존감을 잃게 하는 지속적인 폭력과 고립의 상처는 반성과 화해가 쉽지 않으며, 그에 걸맞는 대가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또한 극중 매개로서의 시체와 심리를 보여주는 창문의 구멍, ‘제휘’가 변하게 되는 계기인 ‘장희’를 만나는 순간의 피리, 해결사 등 여러 가지 장치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힘을 놓치지 않는다. 그것이 성장영화의 소재로 흔하게 사용되는 왕따와 폭력, 고립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심심하지 않은 영화가 될 수 있는 힘이며, 경험의 유무를 떠나 그럴법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일 것이다.
치타가 저수지를 끝까지 건너갔으면 좋겠다. 왕따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상처만이라도 깨끗하게 씻어내기 위해서.
박광수 / 서울독립영화제2006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