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과 토끼

서울독립영화제2016 (제42회)

본선경쟁 단편

신윤하 | 2016 | Fiction | Color | MOV | 25min 16sec

SYNOPSIS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로 긴장감이 감도는 강화도. 고향인 강화도로 대학 MT를 오게 된 대오는 학창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인철, 성국과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그들과 억지로 동행하던 중, 차에 숨겨져 있던 권총 한 자루를 발견한다.

DIRECTING INTENTION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속에 살고 있는 현 시점의 대한민국. 비정상적인 모습과 상황들이 오히려 일상적으로 비쳐지는 사회. 그 곳이 바로 우리가 속해 있는 곳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계속 되는 전쟁도발과 포성, 철책선 밑에서 여행을 즐기고, 라면을 뜯어먹으며 전쟁이나 나버리라는 푸념을 늘어놓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우리에게는 당연하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는 비정상적 상황임에 틀림없다. 개인과 사회의 아이러니들이 만나면서 이루어지는 비정상의 일상화를 통해 현재 우리들의 모습을 냉소적으로 지켜보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신윤하

신윤하

STAFF

연출 신윤하
프로듀서 박형진
각본 김혜미
촬영 강대희
편집 신윤하
조명 손창영
음악 손열매
출연 박성민, 이익준, 박아성

PROGRAM NOTE

서해 북방한계선 근방의 강화도. 라디오에서는 남북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전한다. 20살 대학생이 된 대오는 고향인 강화도로 MT를 온다. MT의 폭력적인 술자리에서 탈출한 그는 우연히 고향 친구를 만난다. 학창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두 친구는 여전히 그를 졸개 다루듯 하고, 설상가상으로 자신을 찾던 대학선배와 고향 친구들 사이에 시비가 붙게 되면서 대오는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른다.
<총과 토끼>는 남성폭력의 악순환을 전시상황이라는 국가적 위기와 개인의 미시적 경험 사이의 알레고리로 풀어낸다. 남북 간 휴전이 60년 넘게 이어진 한반도는 사실상 늘 전쟁에 노출되어 왔다. 일상적 전쟁 상태를 정상으로 받아들이는 한국사회는 군사주의 체제로 형성되었다. 강자에게는 굽히고 약자에게는 강한 약육강식의 서열체계는 학교-군대-사회로 이어지며 전쟁 없이도 폭력이 만연한 상태를 만들었다. 남성연대는 남성폭력과 다름이 없다. 그 체제 속의 개인은 대오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인 동시에 누군가의 가해자가 된다.
괴롭힘을 당하는 주인공이 폭력을 행하는 자의 위치로 이동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불편하고 힘들다. 장르적 문법으로 구성된 작품임에도 그 속에 한국사회의 현실이 반영되어 있기에 더욱 끔찍하다. 총과 토끼 중 무엇이 되어야 할지 결정해야만 하는 대오의 악몽을 우리는 언제쯤 끊어낼 수 있을까.

김경묵 / 서울독립영화제2016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