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희

서울독립영화제2003 (제29회)

본선경쟁(단편)

박정선 | 2003│Drama│35mm│Color│22minl

SYNOPSIS

1926년 해안지방의 하루. 주인인 춘희와 약혼자 진한을 모시고 별장으로 내려온 월령은 약간의 예지력이 있는 여자다. 봄의 햇살처럼 밝기만 한 춘희는, 부유하지만 고리타분한 일상에서 벗어나 격정적이고 화려한 삶을 살고자 하는 철없는 생각만을 가졌다. 1933년 해안가의 영화 촬영장. 진한이 늘 지니던 회중시계와 그 속의 결혼식 사진을 들여다보는 춘희는, 부유한 처녀시절 꿈꾸던 것과는 달리 쇠락한 영화배우가 되어 있다. 그런 그녀에게, 지나간 그 날, 월령이 이미 자신에게 말해 주었던 일들이 떠오른다.

DIRECTING INTENTION

영화는, 현재를 나타내는 1926년과 1933년이 교차되고, 그것은 몸종 월령의 예지능력으로, 그 주인인 춘희의 미래의 하루가 보여지는 형식을 취한다. 그러나 그 하루는, 격정적인 삶을 바라던 소녀 같은 춘희가, 지금 가진 부유함과 사랑과 안정된 것들을 모두 잃고 여배우가 되어 촬영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하루였다. 영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월령이 보았던 영화 매체의 낯선 모습과, 미래가 어떤 것인지 들어도 알 수 없었던 춘희의 비극적인 모습은, 영화 ‘춘희’의 가장 큰 주제이다. 영화와 운명, 시간이라는 주제를 위해, 빛의 흐름과 바람, 소리의 운용에 주안점을 두었다.

FESTIVAL & AWARDS

2003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선재펀드 수상
2003 제2회 미장센 단편영화제

DIRECTOR
박정선

박정선

1998 <코튼>
2002 <달걀>
2003 <춘희>
STAFF

연출/각본박정선
제작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촬영/조명 성승택
편집 안광섭
음악 박성선
믹싱 서석준
녹음 이성철
미술 이인옥
출연 김주령, 백현주, 박정환

PROGRAM NOTE

축음기로 음악을 듣던 시절...바닷가에 폐병으로 죽어가는 청년을 사랑하는 여자. 그리고 여자의 환상을 반영해 줄 것 같은 영화. 이들을 지켜보는 시녀. 영화의 진행 축은 이 세 명의 관점으로 확대되면서 영화 속 영화, 그 영화 속의 여자의 환상적 꿈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가장 현실적인 것으로 남는 것은 무엇인가? 죽어가는 남자인가? 그를 사랑한 여자인가? 시녀인가? 꿈인가? 아니면 이들의 시간을 응집시켜놓는 것처럼 상징되는 벽시계인가?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는 꿈같은 시간을 경험한다. 변화되는 것은 바닷가 파도처럼 반복 속에서 아무것도 없다. 그들은 어느 공간 어느 시간을 유영하고 있던 것일까? 영화 속 영화촬영 현장은 환상을 주는 동시에 환상을 깨우는 역할을 한다. 여자의 자각은 조금 늦게 일어난다. 그렇다면 <춘희>는 봄날의 기쁨이 아니라 비극?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비운의 여주인공처럼? 예술을 따라 간다는 것은 삶의 운명을 맡길 만큼 모든 것을 걸어야한다는 것? 그러나 사랑은 남는다? 사랑으로 예술은 탄생했다. 그리고 그러나 예술은 이미 죽음에서 탄생된 것이 아닐까?  임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