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충돌의 궤적 읽기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새로운 선택

손영모,백현상 | 2014 | Fiction | Color | HD | 64min 13sec

SYNOPSIS

명문 대학 문과대 석사 과정생 윤미연은 전설적인 영화감독 셀빈 라이스에 관한 논문을 쓰기 위해, 정보 수집 차원에서 영화영상학과 공정우 교수를 찾아간다. 처음 만난 사이에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하다 보니 둘 사이의 감정이 격해진다.

DIRECTING INTENTION

<캐릭터 충돌의 궤적 읽기>는 형식적 틀로 학위논문 외피를 차용했다. 학위논문이란 단단한 표지만 들추면 자기자신의 가장 취약한 모습이 있어 아무도 안 볼 때 가져다 버리고 싶은 것이지만, 정말로 아무도 보지 않기에 안심하고 내버려둘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공정우와 윤미연은 부정하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상대방으로부터 발견하고 나아가 무의식적 차원에서 상호 소통한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는 그렇게 한다고 자각하지도 못하고 그저 필요 이상의 찜찜한 감정만 들 뿐이다. 이 두 캐릭터는 도서관의 한 공간을 차지하는 학위논문처럼 마음속에서도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감춰놓았다고 착각하지만 언제라도 타인들이 쉽게 들추어 낼 수 있는, 우리 모두가 가진 자아의 부끄러운 한 부분이다.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손영모

손영모

2009 상처받길 원하지 않아
2012 가라오케의 밤
2012 꽃. 강. 무지개.
2013 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
2013 Shortends :광주

백현상

백현상

2013 영원이 떠나는 날

STAFF

연출 손영모, 백현상
제작 손영모, 백현상
각본 백현상
촬영 이구용
편집 손영모
녹음 김준하
믹싱 최지영
조연출 조용기, 김영경
그래픽 디자인 강경탁
자막 감수 배경린
출연 윤현길, 손영모

PROGRAM NOTE

1) 캐릭터. 학위논문을 준비 중인 윤미연은 국내에 몇 없는 ‘셀빈 라이스’ 전문가 공성호 교수의 자문을 얻기 위해 연구실을 찾는다. 공허한 탁구 경기처럼 울리는 서로의 대화, ‘밀폐된 연구실 테이블 양 끝에 앉아, 누가 더 많이 그럴듯하게 참고문헌을 이야기할 수있는가’로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 경기마냥 상아탑 꼭대기의 명예로운 이름들이 호명된 다. ‘벤야민’으로 시작해 ‘들뢰즈’, ‘베르그송’을 거쳐 ‘블랑쇼’와 ‘말라르메’ 이론과의 유사성을 찾는 일련의 과정에서, ‘수행성’, ‘관계미학’ 같은 특성들이 발화되는 ‘영상 언어’ 의 지점을 검증하려 하면서, 영화사의 굵직한 감독들을 인용하는 어떤 시도에서 - 실은 존재하지 않는 - 영화감독 셀빈 라이스의 캐릭터가 그럴듯하게 완성된다.
2) 충돌. ‘지기 싫은 마음’이 뒤엉켜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는 짧고 강한 상호작용 사이, 감추고 싶은 지질한 모습이 자꾸만 들춰진다. “세상에 얼마나 똑똑한 사람이 많은 데”하는 빈정, 그럼에도 “너무 좋아하거든요” 호들갑 떠는 말간 애정, “기의에만 신경 쓰다 보니 기표는 부재한다”는 치기 어린 충고, “진짜 좋겠다, 아는 것 많아서”하고 비꼬는 마음, 편집실로 이동해 기초적 영화 문법에 관해 설명하려는 무용한 시도까지, 영상학과 교수 성호와 영문학 전공자 미연의 “하나는 찍고 하나는 쓰는 문제”에서 발생 하는 부질없는 마찰.
3) 궤적 읽기. 영화를 말하려는 무수한 시도 사이에 스며든 지적 허세의 궤적을 읽으려는 이야기. 때로 유치하기까지 한 대결은 ‘악몽이 이끄는 방향’으로 점점 치닫는다. 학위논문의 형식을 빌려 참고문헌처럼 삽입된 만들어진 영화 화면들, 셀빈 라이스 특별전 포스터, ‘머이브릿지’의 ‘크로노포토그래피’가 프린팅된 머그컵 같은 소품이 위트 있게 숨어있다.

유정미/서울독립영화제2014 운영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