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리타 쿰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새로운 선택

박현영 | 2014 | Fiction | Color | HD | 19min 30sec

SYNOPSIS

방에 틀어박혀 잠만 자던 여자는 죽은 이모가 나오는 꿈을 꾼 뒤 인터넷에서 연극 <안네 프랑크>의 오디션 공고를 본다. 여자는 이모가 꿈에서 말한 ‘탈리타 쿰’(‘소녀야, 일어나라’는 뜻)을 암시하는 것이라 믿으며, 안네를 연기하는 것을 일종의 사명으로 받아들인다.

DIRECTING INTENTION

열린 문 틈 사이로
어느 날, 길가 쇼 윈도우에 비친 낯선 여자를 보았다. 찰나였지만, 나는 그 불행한 얼굴을 한 나이든 여자가 나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배우의 길을 선택한 이후로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는 것이야말로 내 첫째 의무로 여기며 노력해 왔기에 이 사건은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영화는 잠과 각성 사이를 헤매는 한 인간의 자아성찰기이자, 배우로서 탐구해 온 연기에 대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배우의 끝나지 않는 탐구가 '내가 어떻게 보이는 가' 에서 '나는 무엇을 보는가' 라는 역으로의 도정이라면, 이 영화는 그에 대한 현시점의 자기 고백이다. 인간은 결코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기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러니 항상 깨어 있으라고 말하는 자기 경보의 작업이다.

FESTIVAL & AWARDS

2014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14 제19회 인디포럼

DIRECTOR
박현영

박현영

STAFF

연출 박현영
제작 박현영
각본 박현영
촬영 박현영
편집 박현영
조명 박현영
음악 조선형
미술 박현영
출연 박현영

PROGRAM NOTE

죄수처럼 방 안에 유폐돼 있던 여자는 해방의 메시지가 오기를 기다린다. 죽은 이모가 꿈에 나와 말했다. “탈리타 쿰.” 소녀야, 일어나라. 부활을 명하는 말이다. 죽음 같은 잠에서 깨어난 여자는 연극 <안네 프랑크>의 오디션 공고를 보고 안네의 독백을 연습하기 시작한다.
“난 젊고, 강하고, 커다란 모험 속에서 살고 있어. 해방의 순간이 가까워 오고 있잖아? 자연은 아름답고 인간은 착하고, 그런데 왜 내가 절망 속에 빠져 있어야 하지?”
배우 박현영이 혼자서 모든 것을 도맡아 만들어 낸 첫 번째 연출작 <탈리타 쿰>에는 죽음과 부활의 상징이 가득하다. 홀로코스트의 희생자 안네가 쓴 일기,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자기 확신과 단호한 결심을 드러내 보였던 안네의 일기를 강박적으로 반복해 읊으면서, 잠(죽음)에 빠져 있던 여자는 점차 각성으로 나아간다. 그녀는 꿈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들며 해방의 순간에 차즘 가까이 간다. 마치 신성한 의식과도 같은 그 광경을 살짝 열린 문틈으로 들여다보는 경험은 두렵지만 무척이나 매혹적이다.

김은아/서울독립영화제2014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