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길 잘했어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새로운선택 장편
최진영 | 2020 | Fiction | Color | DCP | 98min 20sec (E)
SYNOPSIS
IMF 직후 부모님이 세상을 뜨자 홀로 남은 춘희는 외가 식구들의 눈칫밥을 먹으며 성장한다. 다한증 때문에 남들하고 손도 제대로 잡아 보지 못한 춘희지만 마늘을 신통방통하게 잘 까는 끼와 신공이 있어 마늘 까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마른 하늘의 날벼락을 맞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춘희 앞에 등장한 1998년의 어린 춘희.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을 한 또 다른 춘희와 함께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DIRECTING INTENTION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기를 마주보며 그 공포를 극복하고, 삶의 의미와 자신을 사랑하는 과정을 담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20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2020 제11회 광주여성영화제
DIRECTOR

최진영
STAFF
연출 최진영
제작 대장정
각본 최진영
촬영 노다해
편집 최진영
조명 노다해
동시녹음 이상혁
음악 양창근
출연 강진아, 박혜진, 홍상표
PROGRAM NOTE
영화는 IMF가 대한민국을 덮친 직후인 1998년 2월에서 시작한다. 춘희는 부모님을 잃고 혼자 외갓집에 들어가며 이기적인 외삼촌 식구들 밑에서 꿋꿋하게 버틴다. 20년 후 춘희는 마늘을 까며 생계를 유지하는 어른이 되어 있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단단해 보이는 춘희의 마음속으로 관객들이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어른’ 춘희는 어느 날 벼락을 맞는다. 그러자 눈앞에 ‘어린’ 춘희가 갑자기 나타난다. 춘희는 갑자기 나타난 과거의 자신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때마침 춘희는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라는 치유 수업에서 말더듬이 주황을 만나게 되고 짧게나마 ‘어린’ 춘희와 또 주황과 함께 아주 오랜만인지 처음인지 모를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영화 속에서 춘희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벼락 외에도 다양한 벼락을 맞는다.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죽음, 노래방에서의 헤딩, 난데없는 사기 등. 춘희는 여러 벼락 속에서도 크게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다. 다만 영화 속 민달팽이와 같이 춘희가 지나가는 곳은 액체가 남아 있다. 춘희가 겉으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손바닥과 발바닥으로 흘러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춘희의 현실을 마주하면 <태어나길 잘했어>라는 영화 제목이 궁금해진다. 춘희는 언제 태어나길 잘했다고 느끼는 것일까. 대답은 관객들에게 점차 스며든다. 노래방에서 네모난 봉투를 머리에 쓰고 방방 뛰면서 <네모의 꿈>을 열창하는 중학생 춘희는 매 순간을 잘 살아 내고 있다. 최진영 감독은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포를 바로 봐야 한다”라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이 모토라고 이야기했다. 이는 ‘어른’ 춘희가 ‘어린’ 춘희를 마주보고 따뜻하게 안아 줄 때 비로소 춘희 자신을 극복하는 모습에서 나타난다. 춘희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천천히 찾아 가는 중이다.
박수연 / 서울독립영화제2020 프로그램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