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 플레이스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본선경쟁(단편)
박용석 | 2009|Experimental|Color|HD|17min 33sec | 특별언급
SYNOPSIS
이 영화의 배경은 도시 재건축을 위해 지금은 사라져 버린 "골프연습장", "동대문운동장", "현저동 무허가집촌", "배다리 지역", "아현동 주택가"이다.
영화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터에서 이전의 공간을 암시하는 행위를 보여준다.
이 행위는 사라진 장소와 사건들을 들추어낸, 지금, 우리 도시의 자화상이다.
DIRECTING INTENTION
멈춤, 운동, 기억, 소멸, 기대, 불안, 낯선, 신기루 … 이것들은 도시에 공터다.
FESTIVAL & AWARDS
프리미어
DIRECTOR

박용석
STAFF
연출 : 박용석
제작 : 박용석
각본 : 박용석
촬영 : 박성일, 박용석
편집 : 박용석
미술 : 박용석
음향 : 박용석
출연 : 김진원, 박학재, 유아름
PROGRAM NOTE
옴니버스로 구성되어 있는 <테이크 플레이스>는 제목에서 암시되듯 장소를 주요한 매개로 두고 있는 작품이다. 근대화 이후 공간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따라 역동적으로 구축되어 왔다. 공간에 모여든 사람과 물체, 그것이 일으키는 사건들. 공간은 이 모두를 흡수 누적하며 비정형적으로 몸짓을 불려왔다. ‘Driving Range’, ‘Seoul Stadium’, ‘현저동0번지’, ‘배다리 드라마’, ‘숨바꼭질’의 챕터로 나누어진 작품은 각각 철거된 골프연습장, 동대문운동장, 서대문구 현저동, 인천의 배다리지역 그리고 아현동 주택가를 그 배경에 두고 있다. 감독의 스타일이 돋보이는 영상과 사운드의 실험적 배치와 조합은 화려하게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술 같은 이미지의 합성은 ‘현저동0번지’와 ‘숨바꼭질’에서 두드러진다. 사운드의 실험이 돋보이는 챕터는 ‘배다리 드라마’. 조세희 원작의 영화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에서 여주인공 명희의 대사를 차용해, 도시에 진입한 근대여성의 사랑과 꿈을 보여주고 있다. 오랫동안 도시의 정서를 장악해 온 신파는 역설적 유머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공간 위에서 재현된다. 이 챕터에서 주인공 명희가 마지막에 반복적으로 외치는 대사, “중요한 건 정신이다 육체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에 접근하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 특히 최근 도시에 불어 닥친 재개발의 광풍 속에 우리가 발 딛고 있는 공간에 대한 총체적인 물음을 던진다. 지금은 사라진 골프장의 공터, 그 공허 위에서 스윙하는 도시인의 이미지. 흔들리는 바스트 샷 위로 도시를 횡단하는 카메라, 지금은 철거된 ‘동대문 운동장’ 위에서 펼쳐 보이는 노인의 드리블. 그의 깊은 주름과 가뿐 숨소리, 유니폼 위에 새겨진 서울이라는 인상적인 마크는 우리에게 묘한 질문을 던진다. ‘현저동0번지’는 <테이크 플레이스> 시리즈 중 철거된 공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미학적 카메라로 강력한 쾌감을 선사하는 챕터로, 가히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폐허의 공터로 향한 카메라의 따뜻한 시선은, 어찌 보면 패배의 공간이라 할 수 있는 철거촌을 프레임 안에서 미학적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또한 한 남자가 보이는 퍼포먼스는 주거에 대한 전복적 실천으로, 나른한 오후 햇살 아래 즐거운 감동을 선사한다. 철학적 화두를 던지는 마지막 챕터 ‘숨바꼭질’은 앞서 말했던 실험적 이미지의 극단적 매혹을 보여 주는 장. 노란 고무장갑에 여자가 던지는 빨간 공의 움직임이 캡쳐한 서울의 풍경. 공의 끝지점에서 복제되어 땅을 파는 행위는 그 공간에 부유해 왔던 수많은 영혼들을 상상하게 하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폐허의 공간, 새롭게 조성되는 장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중요한 것은 정신이나, 그것은 공간이라는 육체를 담는 그릇 속에서 테이크 플레이스 되고 있다. 장소에서 시작된 질문은 결국 우리의 존재, 삶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로 진군하고 있다.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2009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