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본선경쟁(단편)
이란희 | 2009|Fiction|Color|HD|18min 35sec
SYNOPSIS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로안은 도착하자마자 시어머니와 함께 미장원에 온다.
DIRECTING INTENTION
한국인과의 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아시아 여성들은 한국에 도착한 순간부터 한국인이 될 것을 강요당한다. 그녀들의 한국인 가족들은 한국에서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가르친다.‘여자는 죽어도 시집귀신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와도 통한다. 한국여자들조차도 거부하는 이 오래된 신념이 이국(異國)에서 온 그녀들에게는 왜 강요되는 것일까?
FESTIVAL & AWARDS
2009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이란희
2005 < 수금 >
2005 < 열아홉, 스물 >
2006 < 먹는 게 더 좋아? 노는 게 더 좋아? >
STAFF
연출 이란희
제작 양미숙
조연출 김영수
각본 이란희
촬영 엄태식
편집 이란희
조명 김윤영
미술 최근우
음향 원해수
출연 윤보라, 윤순자, 김정아, 송연수, 박동진
PROGRAM NOTE
글로벌 자본주의가 노동, 산업, 문화라는 이름으로 국가를 넘나들고 있다. 단일민족 신화를 자랑했던 한국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베트남 여자와 결혼 하세요’로 대표되는 국제결혼이 성행하였고, 가난한 동남아시아의 많은 여성들이 합법적으로 한국사회로 유입되었다. 이주 여성을 소재로 한 <파마>는 근본적으로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영화이다. 그러나 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아주 좁은 범위의 단면을 보여줌으로써 우회적으로 말을 건네고 있다. 베트남에서 시집 온 로안은 시어머니와 함께 미용실에 들러, 자신의 스타일을 바꾼다. 미용실 안에는 로안을 포함하여 4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같은 여성이지만 로안은 언어를 가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또한 가난한 국가에서 팔려 왔다는 편견 속에서 이들에게 철저히 소외된다. 로안의 큰 눈은 계속해서 불안을 얘기하고 있지만, 미용실 특유의 고품격(?) 입담은 이를 근거로 멈출 줄을 모른다. 어느새 로안의 긴 머리는 잘리고 뽀글한 파마의 한국형 아줌마 패션으로 변신해 간다. 이주여성 로안을 미용실이라는 공간에 위치시킨 영화 <파마>는 여성들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문화적 배제의 공기를 매우 정밀하게 포착하고 있다. 흔히들 여성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알고 있는 동네 미용실은 낯선 이주민에 대해 어떤 여성적 연대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가족 내에서 ‘여성’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로안은 그저 아내가 되고 어머니가 되면 그만이겠지만, 사회의 ‘여성’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타고난 문화적 고유함을 탈각해야 하는 상황. 자기부정을 강요하는 한국사회의 문화적 풍경, 그 앞에서 그녀는 짧게 잘린 머리를 질끈 동여매어 본다. 긴 머리에 아오자이가 잘 어울렸을 로안. <파마>는 그녀가 차가운 한국사회의 겨울에 진입하는 하루를 보여 주며 우리 사회의 문화적 빈곤을 여성감독 특유의 정서적 시각으로 날카롭게 꼬집고 있는 작품이다.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2009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