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의 일요일들
서울독립영화제2005 (제31회)
HD 장편 초청
이진우 | 2005 | Fiction | HD| Color |105min
SYNOPSIS
남자는 교통 사고 순간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남자는 식물인간이 된 아내를 바라보며 자책하지만, 아내의 책에 적힌 메모를 따라간다. 여자는 남자를 본다. 책을 든 남자는 아내에게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지만, 그의 아내는 조용히 침대에 누워있다. 여자는 책의 내용이 궁금해지고 어느 날 남자가 병실에서 사라지자 책을 찾아 나선다. 청년에게 한 권의 책을 찾아달라는 전화가 온다. 청년은 책을 통해 자살한 선배를 떠올리고, 잊고 있던 선배의 무덤을 찾아가고, 귀가 도중 우연한 죽음과 조우한다. 청년은 불현듯 삶과 죽음이 '일상적 행위'라는 것을 느끼고 어머니에게서 그 '일상적 행위'를 본다.
DIRECTING INTENTION
계산된 방향의 감성을 요구하는 서사에 포섭된 주체는 자신만의 독특한 감성과 상상을 상실한다. 영화의 다양한 소통은 열려있는 서사와 다양한 감성이 풍경처럼 펼쳐져 있을 때 가능하다. 인물은 단순히 감정의 조합으로 재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맺고 있는 관계들, 존재하는 공간들, 무표정한 얼굴들과 가끔 비쳐지는 희미한 감정들로 유추되어야 한다. 연기는 준비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생생한 감정과 긴장을 관객이 관찰할 수 있도록 보여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연출자가 관객을 대상화시키는 대신 전체적인 생각만 가지고 무의지 상태로 있어야 한다. 영화감독은 관객사냥꾼이 아니라 친구이어야 한다.
FESTIVAL & AWARDS
2006 제8회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독립영화제
2005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제2회 CJ아시아인디영화제
DIRECTOR

이진우
STAFF
연출 이진우
각본 이진우
제작 인디스토리
프로듀서 조영각
촬영 박홍렬
조명 이성제
미술 이현지
조연출 이수진 , 윤강로 , 김대옥
스크립터 김양희
제작실장 장성연
촬영부 김순용, 송진열, 지윤정
제작부 모성진, 노미란, 공지영
조명부 김화준 , 이효춘 , 김화섭, 정세교 , 권영일
편집 안성환
동시녹음 이순성
분장 공혜선
출연 양은용 , 임형국 , 오정세
PROGRAM NOTE
인상적인 시퀀스로 시작하는 <팔월의 일요일들>은 올해 만들어진 독립장편영화 중 가장 야심적인 작품이라 할만하다.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내의 물품 중에서 발견된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 『팔월의 일요일들』. 영화의 이야기는 남자가 아내의 책에서 다른 남자의 이름을 발견하고 그가 누구인지 찾아 나서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영화는 소설책에 적혀있던 그 남자가 누구인지, 아내와 어떤 관계인지 등을 밝혀내는 것에는 도통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 소설이 무슨 내용인지, 왜 아내가 그 책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설명하는 대신 영화는 교통사고와 책을 매개로 세 남녀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하나하나 천천히 보여준다. 때로 그들은 서로 몸을 섞기도 하고 전화로 이야기하고 만나기도 하지만, 그것은 정합성을 가지는 사건들이라기보다는 자연스레 흘러가는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의 한 순간들일 뿐이다.파트릭 모디아노가 추리 소설적 양식을 차용해 잃어버렸던 삶의 흔적들을 추적하며 삶의 모호함을 포착해내었다면, 이진우는 이를 잠시 빌려와 아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펼쳐간다. 서사구조의 통일성과 정합성을 의도적으로 탈피하면서 영화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흩어진 각각의 이야기들은 역설적이게도 더욱 풍성한 감정과 상념을 불러일으킨다. 이진우는 <팔월의 일요일들>을 통해 서사의 원근법을 극복해낼 다른 화법을 실험하고 있으며, 관객들에게도 조금은 다른 독법을 요구된다. 이것이 <팔월의 일요일들>의 야심이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영화는 목에 힘주지 않고 편안하게 관객이 다가오길 기다리며, 여유롭게 관객에게 다가간다.
원승환 / 서울독립영화제2005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