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경쟁부문 단편

이현정 | 2014 | Documentary | Color | DCP | 16min 5sec

SYNOPSIS

2007년, 19살의 후인 마이가 남편에게 편지를 쓴다. 그 편지가 7년 후에 한국어로 읽힌다.

DIRECTING INTENTION

"어차피 당신은 내 편지를 이해하지 못할 텐데요." 이주의 시대, 뒤늦은 깨달음은 깊은 후회가 된다.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이현정

이현정

2006 <192-399:더불어사는집 이야기>

STAFF

연출 이현정
제작 이현정
촬영 이현정, 이진필
편집 이현정
사운드 표용수
출연 도 투 흐엉, 조숙위, 원세영, 신현실

PROGRAM NOTE

2007년 7월 4일, 천안의 한 지하 단칸방에서 베트남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사망한 지 이미 일주일 이상이 지난 것으로 보이는 시신에는 심한 폭행 흔적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후인 마이. 2006년 12월 베트남에서 한국인 남성과 만나 결혼식을 올리고, 2007년 5월 16일부터 한국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19살의 ‘베트남 신부’였다.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낯선 나라로 ‘시집온’ 그녀는 고작 40일 만에 남편의 폭력으로 갈비뼈 18대가 부러진 채 세상을 떠나야 했다. 죽기 하루 전인 2007년 6월 25일, 후인 마이는 남편에게 편지를 썼다. 남편은 읽지도 이해하지도 못할 베트남어로. 그녀가 아는 언어는 그것밖에 없었기에. 영화가 시작되면 우리는 그녀의 편지를 보고, 그리고 듣는다. 그러나 우리가 그 편지 내용을 알고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현정 감독은 베트남어로 편지를 읽는 목소리에 초반 3분 동안 의도적으로 자막을 넣지 않았다. 잠시 후 한국어로 읽히는 내용을 듣고서야 우리는 그녀의 꿈과 소망, 좌절과 슬픔을 알게 된다. 시간 차를 두고 베트남어와 한국어로 반복해서 편지를 읽어 가는 영화의 형식은 우리의 뒤늦은 후회를 반영한다. 후인 마이 사건 이후로도 결혼 이주 여성들의 불행한 죽음은 끊이지 않았다. 올해 2014년에도 이주해 온 아내를 살해하고 남편이 자살한 사건이 연달아 벌어졌다. 7년이 지나 다시 읽히는 후인 마이의 편지는, 지금도 전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우리 내면의 야만성’을 다시금 뼈아프게 목도하게 만든다. 

김은아/서울독립영화제2014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