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즌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해외초청
토드 헤인즈 | USA | 1991 | Fiction | Color+B&W | DVD | 85min
SYNOPSIS
프랑스 작가 장 쥬네의 글에서 영감을 얻은 영화. 관습을 거스르는 세 편의 이야기를 교묘하게 하나로 엮었다. ‘영웅’은 교외지역에서 아버지를 살해하고 하늘로 날아가 법의 심판을 피한 아이에 관한 기이한 이야기, ‘공포’는 얼굴을 흉하게 망가뜨리는 전염병을 부르고 마는 섹스 실험에 관한 이야기, ‘호모’는 두 수감자의 집착적인 성적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DIRECTING INTENTION
무법자 시인이자 도둑, 동성애자였던 장 주네는 늘 사회의 일탈자들 편에 서 있었다. 그의 글에서는 규율을 위반하는 행위들이 화려한 언어로 묘사되고 신성한 의식으로 변형된다. 주네는 어려서 자신을 거부한 세상을 거부하리라 맹세했고, 일생 동안 세상을 경멸했다. 그의 결의는 여전히 나에게 영감을 준다. <포이즌>은 뒤섞인 세 가지 이야기라는 형식 안에서 규율에 대한 도전을 포괄적으로 다룬다. 각 이야기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묘사되지만, 우리는 이야기마다 어떤 규율을 위반한 결과 사회에서 배척된 중심인물을 만나게 된다. 영상에 익숙한 오늘날의 관객들은 TV 채널을 돌릴 때마다 파편적인 내러티브를 보는 것과 흡사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그 꼬인 구조 아래 주제들을 분명하게 드러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운이 따른다면, 이야기를 한다는 행위 자체를 유희로 삼는 동시에 일탈의 본질, 문화적 길들이기, 질병에 대해 몇 가지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될 것이다. (1991년)
FESTIVAL & AWARDS
1991 베를린국제영화제 테디상
1991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DIRECTOR

토드 헤인즈
1987 < Superstar: The Karen Carpenter Story >
STAFF
연출 Todd HAYNES
제작 Christine VACHON
각본 Todd HAYNES
촬영 Maryse ALBERTI
편집 James LYONS, Todd HAYNES
음악 James BENNETT
미술 Sarah STOLLMAN
의상 Jessica HASTON
PROGRAM NOTE
온 세상은 공황 같은 두려움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 의미심장한 자막으로 시작되는 <포이즌>은 세 가지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는 구성을 갖고 있다. 7살 소년 리치는 아빠를 총으로 쏘아 죽이고 하늘로 날아올라 사라진다. TV용 모큐멘터리 형식을 빌린 '영웅'은 리치의 엄마, 친척, 이웃 등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와 후일담을 통해 사건의 정황을 역추척해간다. '호모'는 장 주네의 반자전적 소설 <장미의 기적>을 일부 가공한 이야기로, 존과 잭이라는 두 수감자의 강박적인 동성애 관계와 성적 욕망, 그들의 현재와 연관된 소년기의 은밀한 기억을 담아낸다. 다른 두 이야기오 달리 흑백으로 촬영된 '호러'는, 액체로 추출한 "성욕"을 실수로 마신 뒤 온몸이 문드러지는 전염성 부작용 때문에 괴물처럼 변해가는 그레이브 박사의 비극을 50년대 B급 호러영화와 멜로드라마 형식으로 그려낸다. 감독 토드 헤인즈가 밝혔듯, <포이즌>은 사회적 관습과 규율을 거스르는 위반 또는 일탈을 다루는 장 주네의 작품세계에서 영감을 얻은 영화다. 몇 차례 수감생활을 하면서 자신을 거부한 세상을 거부할 수 있었다는 동성애자, 가부장적 폭력에 반기를 들고 사라져버린 소년, 의도치 않았지만 모두가 기피하는 괴물로 변한 과학자. <포이즌>은 다양한 영화적 형식의 실험을 통해 사회적 지배 질서에서 일탈하면서 소외 또는 배척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가부장적, 이성애 중심적 사회 안의 편견과 폭력, '다름'을 용인하지 않는 두려움의 독약 같은 위험성을 드러내는 독창적인 데뷔작이다. AIDS가 치명적인 질병으로 부각되면서 무지와 공포, 그로 말미암은 불안과 동성애자들의 대한 혐오가 극에 달했던 80년대 미국 사회에 대한 비찬적 성찰을 담은 영화로, 90년대 뉴퀴어시네마의 선구적인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황혜림/서울독립영화제2014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