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인디오에 관한 짧은 필름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필리핀 독립영화 특별전
라야 마틴 | Philippines|2006|Fiction|35mm|B&W|96min
SYNOPSIS
잠 못 드는 여자를 위해 남자는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그건 우리가 기대하는 동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가 들려주는 얘기는 1890년대 스페인 제국주의에 반대해 일어난 필리핀 혁명에 대한 역사적 비극이다.
DIRECTOR

라야 마틴
STAFF
PROGRAM NOTE
이 작품은 단편 <방문 The Visit>(2004)과 다큐멘터리 <세상 끝의 섬 The Island at the End of the World>(2005)에 이은 라야 마틴의 장편극영화 데뷔작이다. 올해 칸영화제에 초청되었던 <인디펜던시아>와 더불어 ‘필리핀 외세강점기 삼부작’의 일부를 이루는 작품으로, 영화매체의 역사에 대한 고고학적 관심, (거의 꿈처럼 느껴질 만큼) 영화적으로 창조된 일상의 이미지들, 공적 역사(여기서는 19세기 후반 필리핀 카티푸난 혁명기)의 가장자리에서 사적이고 미시적인 체험의 구체성과 강렬함이 깃든 ‘쓰여지지 않은 역사(들)’을 상상하기, 내러티브의 논리보다는 사건의 돌발성과 인상의 자유분방한 흐름을 존중하는 전개방식 등 라야 마틴 영화세계의 기원이 되는 모든 것을 담고 있다. 특히 기록, 복원, 재현(내지는 재연), 허구적 재창조 및 재구성의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상상을 통해 역사의 결과 질감을 체험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필리핀 인디오에 관한 짧은 필름>은 (마틴의 또 다른 걸작이라 할) <오토히스토리아 Autohystoria>(2007)와 더불어 역사영화의 새로운 영역 – 사적 체험의 강렬함으로부터 비롯되는 동시에 그것을 자극하는 가상 역사(virtual history)라고나 할까? - 을 열어 보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영화의 (무성 파트를 위해 작곡된) 사운드트랙은 별도의 CD에 담겨 플레이되거나 그때그때의 상영에 맞춰 라이브 공연으로 연주되도록 했다(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관객들 각자가 휴대용 음악플레이어를 준비해 와 자신이 영화상영 동안 듣고 싶은 음악을 골라 이어폰으로 들으며 영화를 감상하도록 하기도 했다 한다). 정말이지 놀랍게도, 이 비범하고도 야심적인 작품은 감독 라야 마틴이 아직 영화학교 재학 중이던 시절, 즉 그의 나이 21살 때에 만들어졌다.
유운성/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