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을 하고 싶어도

서울독립영화제2025 (제51회)

최희진 | 2024 | Fiction | Color | DCP | 19min (E)

TIME TABLE
11.28(금) 19:10-20:36 CGV압구정(신관) ART2관 GV, 12
11.30(일) 11:00-12:26 CGV압구정(본관) 2관 GV, 12
12.3(수) 15:40-17:06 CGV압구정(본관) 2관 12
SYNOPSIS

해수욕을 꿈꾸며 남해안 외할머니 댁을 찾은 해림(海淋). 하지만 어린 시절의 바다는 시멘트로 메워진 채 막혀 있다. 바다에 닿지 못하는 현실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그녀의 처지를 상징한다. 오랜만에 만난 외할머니와 이모와의 어색한 시간, 달콤하지만 이질적인 복숭아 통조림, 갑작스럽게 뒤집힌 우산. 파편처럼 흩어진 순간들은 해림의 (비)일상적인 여정을 채운다. 영화는 이 공허한 여름을 통해 장소와 소속감의 의미를 묻는다.

DIRECTING INTENTION

연출가의 도시계획학 연구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실패한 개발 사업이 남긴 상처를 탐구한다. ‘한국의 두바이’를 꿈꾸다 폐허가 된 경남 마산을 배경으로, 거대 담론 대신 주민의 일상 경험에 주목한다. 주인공이 외할머니 댁을 찾아가는 감각적 여정을 통해 과거의 상처와 불확실한 미래 사이에 정체된 시간을 담아낸다. 이 작품은 연구자로서 윤리적 성찰을 바탕으로 마을의 개발 갈등을 직접적으로 재현하지 않았고, 지역 주민들과 동료 예술가들의 신뢰와 협력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FESTIVAL & AWARDS

2025 제2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25 Visualista Film Festival Recognition Award 수상

DIRECTOR
최희진

최희진

STAFF

연출 최희진
제작 최희진
각본 최희진
촬영 오세일
편집 오세일
조명 오세일
현장 사운드 고윤지
현장 스태프 이슬
출연 김조, 김말연, 박덕자

PROGRAM NOTE

바다를 꿈꾸며 남해안 외할머니의 집을 찾은 해림에게 여름은 처음부터 어딘가 빗나가 있다. 어린 시절 뛰어들던 바다는 시멘트 제방 아래 갇혀 더 이상 파도를 드러내지 않고, 기억 속 풍경은 삭막한 콘크리트의 틈으로 흩어진다. 영화는 이 단절된 풍경을 배경으로,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인물의 감정을 차분한 리듬으로 겹쳐 나간다. 막혀 버린 바다가 해림의 내면과 포개지는 순간, 관객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한여름의 공기를 감각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오랜만에 마주한 외할머니와의 반갑지만 미묘한 거리감은 영화의 중요한 정서적 축을 이룬다. 비전문 배우 김말연 할머니가 들려주는 정겨운 말투는 관객 각자의 기억 속 ‘나의 할머니’를 자연스레 불러오지만, 정작 해림에게 그 목소리는 편안한 귀환이 아니라 도달할 수 없는 과거의 잔향에 가깝다. 기쁨과 그리움이 뒤섞인 마음으로 돌아왔음에도 그녀는 할머니의 일상 속에 완전히 스며들지 못한 채 어딘가 떠다니는 듯 머문다. 여기에 친근하지만 꼭 편안하지만은 않은 이모의 존재가 더해지며, 세 인물은 변해 가는 마을의 과거·현재·미래를 은근히 비유하는 세 축처럼 보인다. 이모가 오자 할머니는 자리를 비우고, 이모와 이야기를 나누던 해림은 밖으로 나간 할머니를 따라나선다. 과거, 현재, 미래를 대변하는 듯한 세 인물이 서로를 스치며 남기는 간극은, 셋이 함께 있는 장면을 만들어 내지 않는 방식으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해림이 마주하는 감정은 단순한 향수나 상실이 아니다. 낯섦, 그리움,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외로움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여행지에서, 고향에서, 혹은 더 이상 예전 그대로일 수 없는 어떤 장소에서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마음을 닮은 누군가를 발견한 듯한 잔잔한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박수연 / 서울독립영화제2025 프로그램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