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인종

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본선경쟁(단편)

신희주 | 2012 | Experimental | Color | HD | 5min 30sec

SYNOPSIS

그들의 희열은 같은 색이더라.

DIRECTING INTENTION

“법학적 견지에서의 폭력은 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힘의 행사를 말한다. 따라서 군대, 경찰 등의 실력 행사는 그것이 법에 의거하고 있는 한 정당화되어 폭력이라고 불리지 않는다.” 이것이 폭력이 아니라면 집단 환각이라 보아도 무관하겠다.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신희주

신희주

2011 <폐함>

STAFF

연출 신희주
편집 신희주, 이의행

PROGRAM NOTE

2012년 3월 21일 오후 1시. 며칠 뒤 열리는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경호를 위해, 서울광장 앞 ‘점령촌’을 철거하려는 남대문 경찰서의 작전이 시작됐다. ‘서울 점령자’들을 쫓아내기 위해 폭력 행사도 불사한 경찰의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기에, 그날 일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진 않다. 헌데 <형광인종>은, 그날의 풍경과 인터넷에 떠도는 이미지를 충돌시켜 ‘법 집행’이란 이름을 애용하는 공권력의 본질에 새로운 깨달음을 더한다.
익숙한 모습, 경찰들은 형광 제복을 입고 있다. 환락을 위해 밤을 새우는 다른 집단도 형광으로 빛나며 국가 권력의 도구와 상동 형상을 하고 있다. <형광인종>은 이러한 우연을 놓치지 않고 기민하게 포착한다. 그리하여 작금의 현실을 구성하고 있는 사물들의 균열, 그 미세한 틈을 타고 내부로 들어가, 이러한 현실을 낳은 의식의 밑바닥을 탐구한다. 법이 폭력이라 부르지 않는 폭력과 쾌락은 어떤 연유로 닮아 있는가? 폭력 아닌 폭력 행사를 즐기듯 방패로 리드미컬하게 ‘시민’을 찍어 누르는 경찰을 목도하노라면, 차마 그 까닭을 논리 정연하게 설명하긴 힘들 터이다. 제작자는 말보다 앞서 존재하는 이미지의 힘으로, 공권력의 무의식에 대한 날선 비평을 시도한다.
<형광인종>이 시도하는 시위 현장과 클럽 풍경의 접합은 강한 착란 또는 환각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는 당연한 듯 덮어 두던 일상의 부조리를 들춰내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연출자의 전작 <폐함>보다 간명한 구도만으로도, 괴이한 현실을 분석하고 상황을 선명히 바라보게 하는 힘을 지닌 작품이다.

신은실/서울독립영화제201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