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가다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본선경쟁(장편)

고은기 | 2009|Fiction|Color|HD|117min 58sec

SYNOPSIS

1991년 10차 화성연쇄 살인 사건이 난 그해 5월 5일 어린이날 화성에서 한 소녀가 실종된다. 그리고 그 실종된 소녀의 눈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여자 춘희가 2009년 서울에 살고 있다. 그녀는 1991년 아버지의 도움(?)으로 각막을 기증받는다. 하지만 각막 기증이란 사후기증, 누군가의 죽음을 대가로 받은 것이다. 현재 춘희는 집을 소개하고 개발 예정지 땅을 소개하는 부동산 중개소에서 일을 한다. 그런 그녀가 과거에는 불온했지만 지금은 첨단 산업 도시로 개발되고 있는 화성 땅을 소개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그곳 화성에 가게 되는데....

DIRECTING INTENTION

…인간의 땅을 찾아 떠나는 시지포스 신화…
불온하고 불완전한 땅 화성, 그곳에 따뜻한 불씨를 전하려 떠나는 시지포스 춘희. 과거 화성은 저 우주의 화성처럼 불모지이며 불온한 땅이었다. 가슴에 형벌처럼 살(殺)자를 새기고 살아온 그 땅 화성, 하지만 화성은 현재 첨단 테크노 밸리가 조성되면서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땅이 되기 몸부림치는 그곳에 불씨가 전달되기 위해선, 먼저 그 땅 화성에서 상처 주고, 상처 받았던 아픈 영혼들을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그것이 인간의 땅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책임이고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FESTIVAL & AWARDS

프리미어

DIRECTOR
고은기

고은기

1995 < 시작의 끝에서 >

1999 < 액체들 >

2001 < 챠오 >

2002 < 뚫어야 산다 >

2005 < 풀밭위의 식사 >

2007 < 5월의 신부를 통한 설레임의 이미지 >

2008 < 내사랑 유리에 >

STAFF

연출 고은기
제작 박진원
각본 고은기
촬영 조성우
편집 고은기
조명 강성훈
미술 고은기, 황석정
음악 정용진
출연 황석정, 변현석, 안세은

PROGRAM NOTE

영화에는 두 개의 화성이 등장한다. 18년전 연쇄살인사건으로 불모의 땅으로 지목된 경기도 화성(華城)과 태양계의 또다른 행성이며 파라다이스로 표현되는 화성(火星)이 그곳이다. 화성 사건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잊혀졌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아직 그 상처를 잊지 못하고 살고 있다. 가해자도 그렇고, 피해자도 그렇다. 18년전 납치 당했던 미희는 성장을 멈추고 말을 하지 못한 채, 유령처럼 춘희에게 나타난다. 미희는 학교에 가고 싶어하고 말을 천천히 배우기 시작한다. 부동산 중개소에서 일하는 춘희는 달동네를 올라다니면서 세입자들에게 집을 보여주고, 틈틈히 전화를 걸어 개발예정지 화성에 땅을 마련하라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한다. 그럴수록 목은 점점 쉰다. 달동네를 쉼없이 오르는 춘희의 모습은 누군가에게 속죄를 구하는 듯하다. 이미 사라져 희미한 기억으로만 남아있는 아이의 존재와 각막이식수술후 눈물을 흘리지 못하고 매운 것을 찾는 미희의 모습은 동전의 양면처럼 희미하게 겹쳐진다. 과거의 흔적과 상처들은 저절로 치유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용서를 구하고 속죄의 길을 가야한다. 불모의 땅에서 신도시로 다시 태어나고자 하는 화성(華城).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이상향으로의 화성(火星). 갈 수 있지만 갈 수 없는 곳 화성. 살아야 하지만 살아지지 않는 공간 화성. <화성에 가다>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지난한 로드무비이며, 지난 시간에 대한 속죄와 용서를 구하는 장구한 드라마이다.

조영각/서울독립영화제2009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