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지의 세계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본선 단편경쟁
이효정 | 2020 | Fiction | Color | DCP | 29min 3sec (E)
SYNOPSIS
희지는 가장 친한 친구인 은서를 사랑한다. 은서는 희지와 함께 살고 싶어한다. 희지는 은서의 마음이 자신의 마음과 같은 마음인지 알고싶다.
DIRECTING INTENTION
희지가 하는 사랑을 이해하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20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이효정
STAFF
연출 이효정
제작 이승준
각본 이효정
촬영 배미현
편집 이효정
조명 배미현
음악 맑은
미술 최효정
출연 김송은, 전도희, 이찬희, 안두호
PROGRAM NOTE
고백이 이별이 되는 순간, 영화는 끝이 난다. 기다렸다는 듯 황인찬 시인의 시(詩), <희지의 세계>를 다시 꺼내 읽었다. 제목이 같으니까…… “풍경이 흔들리는 밤이 올 때 목양견 미주는 희지의 하얀 배 위에 머리를 누인다”라는 구절에 잠시 머물렀다. 희지가 그리던 것이, 혹시 이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괜히 마음이 저리다. 사랑을 느끼고 커지는 만큼 같아지는 미움과 원망을, 뻔히 알면서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는 마음이 미안한 희지가 안쓰럽다. 그녀가 향하는 마음과 그녀를 향하는 마음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엇갈린 마음은 피할 새도 없이 나를 향해 날아오는 돌멩이라는 걸 알아 버린 그녀의 혼란과 무참했을 마음이 걱정됐다. 나도 모르게 ‘사랑이 다 그런 거 아닌가……’라는 쓸데없는 말을 떠올렸다가 원망 가득한 희지의 눈빛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사랑은 그러면 안 되는 거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떤 질투를 느꼈는데 그건 희지뿐만 아니라 은서, 재환의 내면을 꼼꼼하게 살펴 놓치지 않고 담아내는 섬세함과 차분함 때문이다. 잘한 건 잘했다고 칭찬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삐뚤어져서 시샘이 먼저 난다. 그리고 몇몇 장면들은 나도 모르게 화면을 멈추게 만들었는데 조금 부끄럽고 낯뜨겁지만, 그 장면들의 감정이 오롯이 느껴져 조금은 길게, 오래 마음에 담아 두고 싶었다.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희지의 곁에, 그녀의 세계에 조금 더 머물고 싶었다. 그녀가 “희지는 혼자 산다”라는 시의 마지막 문장처럼 될까 봐, 그녀가 만든 집에 혼자 살게 될까 봐, 내내 눈에 밟힌다.
김중현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