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15 새로운 선택 부문 선정의 변

신진 작가들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새롭게 신설된 ‘새로운 선택’부문은 경쟁 부문에는 미처 포괄되지 못했지만 충분히 주목할 만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본선 경쟁과는 또 다른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새로운 재능들이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발견될 수 있기를 바란다. ‘새로운 선택’부문은 초청 부문에 속해 있지만 별도의 심사를 통해 ‘새로운 선택 상’과 ‘새로운 시선 상’을 시상하며, 이를 통해 부족하지만 신진 작가들의 창작 활동에 활기를 불어놓고자 한다. 서울독립영화제 2015는 ‘새로운 선택’부문에 15편의 단편 영화, 6편의 장편 영화 총 21편의 영화를 새롭게 ‘선택’하였다.

단편 영화 중에서는 다큐멘터리가 3편 극영화가 11편, 다큐멘터리와 극영화가 혼합되어 있는 형식의 영화 1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동공간(來同空間), 남동공간>과 <사류>는 공히 공간에 대한 기억에서 시작하고 있는데, <내동공간(來同空間), 남동공간>은 어릴 적 지냈던 공단지역을 방문해 그곳에서의 기억과 부모님의 기억을 흥미롭게 조화시키고 있으며, 극영화와 다큐멘터리가 혼재된 형식의 <사류>는 공간에 대한 다큐멘터리와 인물에 대한 극영화가 조화를 이루며 공간과 인물이 모두 겪고 있는 상황, 느낌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진로를 고민하다 봉준호 감독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는 <봉준호를 찾아서>와 부모로 부터의 경제적 독립과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아빠가 죽으면 나는 어떡하지?>는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감독들의 고민을 발랄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극영화 중에서 <김밥>과 <은하비디오>는 소중하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 혹은 더 이상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아쉬움을 잔잔하게 이야기하고 있으며, 가족들 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오늘도>와 <엄마를 만나는 날>은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있는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이 눈에 띈다. 꿈에서 엄마의 첫사랑을 만나는 <내마내모>와 퇴근길에 과거의 연인을 떠올리게 되는 <밸리투나잇>은 단지 과거를 회상하는데 그치지 않고 과거의 모습이 현실의 나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 과정을 흥미 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녀를 사랑합니다>의 경우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서로 소통하고 감정을 교류하게 되는 과정을 시트콤처럼 재미있게 보여주며, <동心>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도입부에 이어 선풍기의 시선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극의 긴장감을 살려낸다. 그리고 영화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그리고 있는 <배우의 탄생>은 영화 연출, 연기, 그리고 배우간의 감정 교류 등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된다. 직장인인 여동생과 사기를 당한 후 폐인처럼 살아가고 있는 오빠의 관계 속에서 우리 시대 청춘의 쓸쓸함 삶에 대한 울림까지 전달하는 <고란살>, 자살을 결심한 남자가 죽으려고 하다가 겪게 되는 일을 통해서 타인의 아픔에 대해서 얼마나 공감을 하는지 질문을 하는 <설화>는 특정한 상황과 관계 속에서 그것을 넘어서는 감정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영화적으로 주목할 만 하다.

장편은 다큐멘터리 3편 극영화 3편으로 총 6편이 선정되었다. 다큐멘터리들은 공히 지금 대한민국 현실의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모든 작품이 그것을 이겨내려는 노력과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매일 같이 야근을 하던 직장인들이 야근 대신 재밌는 걸 해보자는 결심하고 삭막한 회색빛의 도시를 색색의 뜨개질로 물들이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는데 이 노력들이 사회적 기업 최초의 노조를 설립하려고 하는 시도까지 나아가는 <야근 대신 뜨개질>은 거창하지 않게 일상 속에서 자신과 사회를 바꾸어나가려는 노력과 시도들을 담아내고 있으며, <피터의 LP투어> 역시 인디음악인과 독립출판계의 협업 과정을 통해 대형자본의 획일적인 목소리가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문화 환경을 만들어가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담아낸 <홀리워킹데이>는 워킹홀리데이 비자의 실상을 드러내면서도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극영화들도 지금 사회의 현실을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유명하지 않은 여배우와 역시 특별할 것 없는 한 남성이 각각 희망과 좌절을 동시에 겪고는 한곳에서 만나는 독특한 구조의 <그저 그런 여배우와 단신 대머리남의 연애>는 특별할 것 없는,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가는 캐릭터들로 극에 현실감을 부여하고 있으며, 애인 대행 서비스를 하다가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양치기들>, 아픔 속에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려는 바램을 보여주는 <초인> 역시 확실한 캐릭터와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를 통해 새로운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새로운 선택 부문에서 상영되는 21편의 작품들은 신선하면서도 새로운 시선, 독창적인 접근 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이번에 상영되는 영화의 감독들이 앞으로도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통해서 독립영화의 새로운 선택으로 자리매김 하기를 기대해 본다. 

서울독립영화제2015 프로그램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