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의 한 해를 결산하는 자리인 서울독립영화제2017은 공식초청 부문으로 새로운선택과 특별초청 부문을 두고 있습니다. 새로운선택이 신진작가와 실험적인 작품을 격려하는 부문이라면, 특별초청을 통해서는 기성작가의 폭넓은 활동을 수렴하며 올해의 화제작이라 할 만한 주요 작품을 두루 소개하고자 합니다. 2017년 특별초청 부문은 총 30편(단편 21편, 장편 9편 / 극 22편, 다큐멘터리 6편, 애니메이션 1편, 실험1편)으로 선정하였습니다.
특별초청 부문 중 21편의 단편은 이미 국내 영화제에서 소개되어 알려졌거나, 수상을 통해 평가받은 작품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대성에 남다른 촉각을 가지는 독립단편의 경향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사회적 이슈화 된 임신순번제를 다룬 <내 차례>, 청년과 이주노동을 배경으로 같은 일터에서 우정과 연대를 도모하는 <야간근무>, 광장의여성혐오에 맞선 페미니스트들을 기록한 <시국페미>가 있습니다. 유머와 위트를 선사하는 작품 중 여성감독의 작품 또한 눈에 띕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좌충우돌하는 <2박3일>, <산나물 처녀>, <조인성을 좋아하세요>는 사랑 혹은 이별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각각 특별한 감성과 상상력으로 호소합니다. 미니멀한 연출이 돋보이는 <혜영>은 주제면에서 앞의 작품들과 연결되어 있어, 비교해서 보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모델의 분투하는 일상은 담은 <은명>과 음악이 흐르는 무비 <나는 아직도 당신이 궁금하여 자다가도 일어납니다>, 여행지의 기막힌 우연을 전하는 < FERUZA >는 독특한 리얼리티가 충돌하는 작품입니다.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나아가는 <장례난민>, <종달리>와 소년의 2차 성징을 코믹하게 그려낸 <변성기>는 성장영화의 궤를 같이하면서도 서로 다른 뚜렷한 칼라를 보여줍니다.<맥북이면 다 되지요>는 중년여성의 갈등을 코믹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시골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갑갑한 눈을 시원하게 합니다. 장르적 긴장이 넘치는 작품으로 <엄마>와 <주여!>를 추천합니다. 실험적인 형식으로 ‘영화’라는 매체를 환기하는 작품으로 예술로서의 영화에 정체성을 질문하는 <설계자>,필름의 파편으로 이미지를 구성한 <익명자들>, 철거를 앞둔 아파트에서 유년을 기억하는 <콘크리트의 불안>을 소개합니다. 외박 나온 군인의 하루를 그린 <사창리>와 백수청년의 열등감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영 피플 인 코리아>는 우연한 상황이 빚어내는 해프닝을 마주하게 합니다. 21편의 작품 속에서 독립단편의 활력을 느끼시길 기원합니다.
특별초청이 선택한 9편의 장편에는 관록 있는 기성감독의 작품이 다수 포진되어 있습니다. 최근 연작 시리즈로 일관된 주제를 파고드는 경향은 독립영화의 중요한 성취입니다. 김소영 감독의 망명 3부작의 마지막 작품 <굿바이 마이 러브, NK>은 엄혹한 시절 체제에 저항하고 소련으로 망명한 8인의 북한유학생에 대한 진귀한 기록입니다. 아티스트 프로젝트를 실험하고 있는 민병훈 감독의 <황제>는 젊은 피아니스트 김선욱을 테마로 음악과 영화의 경계를 허뭅니다. 건축 시리즈를 통해 공간의 철학을 새롭게 환기하는 정재은 감독은 <아파트 생태계>로 근대 도시 확장의 역사를 보여줍니다. 서울독립영화제 수상자들의 무게감 있는 신작 역시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이광국 감독은 독특한 구조와 위트를 선사해 왔던 전작과는 다른 스타일의 작품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을 선보입니다. 구자환 감독은 전작의 주제였던 보도연맹 사건을 넘어 한반도 전역에 산재한 학살 현장을 폭로하는 <해원>을 최초 공개합니다. 출연진의 빛나는 에너지가 돋보이는 고봉수 감독의<튼튼이의 모험>과 장편 데뷔작으로 오랜만에 서울독립영화제를 다시 찾은 최헌규 감독의 <소은이의 무릎>은 시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멋진 성장드라마로 조화롭게 대구를 이룹니다. 여기에 오정훈 감독의 <벼꽃>이 꽉 차여진 서사의 홍수 속에게 느린 속도와 침묵의 미학을 선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환 감독의 <박화영>은 독립영화의 계보 하에 압도적인 캐릭터와 에너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특별초청 작품들은 말할 것도 없이 본선경쟁작, 새로운선택 부문의 작품과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이 모든 상영작인 촘촘하게 독립영화의 오늘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다채롭게 즐겨주시고, 논쟁해 주시길 희망합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17 프로그램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