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0 새로운선택 부문 장편 선정의 변


 

 

 

서울독립영화제2020 새로운선택 장편 부문에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총 7편의 작품이 선정되었습니다. 감독님들께 축하의 인사와 함께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극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진 해였습니다. <헝거>는 계급적 사유와 SF적인 상상력이 기이한 방식으로 뒤섞인 영화입니다. 한 소녀의 시선을 중심에 두지만 기존의 성장담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세상뿐만 아니라 소녀 자신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과 호기심을 형상화합니다. 작위적인 설정을 스스로 깨나가며 세계의 새로운 질감과 대면하는 과정이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최선의 삶>은 여고를 다니는 세 친구의 엉뚱하고 발랄한 이미지에서 시작하지만, 이내 칼날 위를 위태롭게 걷는 듯한 긴장감으로 지속되는, 시한폭탄 같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인물들을 판단하거나 그들의 내면을 자세히 설명하는 대신, 그들 안에 잠재된 정제되지 않은 도발적이고 날카로운 힘을 바라보고 느끼는 일에 집중합니다. <태어나길 잘했어>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씩씩하게 버텨온 ‘나’를 마주하며 힘껏 긍정하려는 에너지로 가득합니다. 배우 강진아의 투명한 얼굴과 연기 덕분에 주인공의 고단한 행보는 낙관의 에너지를 잃지 않으며 시공간을 초월하는 판타지 또한 설득력을 얻습니다. <라임크라임>은 힙합을 사랑하는 청년들이 랩으로 소통하며 현실을 버텨가는 이야기입니다. 남자 고등학생들의 관계를 다룬 영화가 흔히 기댈 법한 상투적인 장면들을 영리하게 피해 가면서 그 시절의 절실한 마음을 ‘라임’의 흥과 리듬으로 구해내는 데 최선을 다하는 영화입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나>는 제목에서 짐작되듯 톨스토이의 소설을 변주합니다. 우리는 이 영화가 미니멀하게 구축한 흑백의 세계에서 구원과 노동의 의미를 다시 경험합니다. 간결하지만 깊게 인간과 세계에 대해 성찰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올해 서울독립영화제 후반 작업 제작지원작이기도 합니다.

  

<클라이밍>은 새로운 선택에 선정된 유일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여성 클라이머를 주인공으로 삼아 모성 신화를 해부하고 임신과 출산에 대한 공포를 형상화하며 여성의 육체성을 탐구하는 영화입니다. 여성의 육체를 휘감는 악몽과 망상과 욕망, 분열과 고통을 섬세한 필치로 묘사해 냅니다. 마찬가지로 올해 유일한 다큐멘터리인 <걸 위드 더 카메라>에는 카메라의 시선을 마주하며 비로소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법을 깨달아가는 청춘들이 등장합니다. 카메라를 응시하며 자존감을 찾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같은 고민에 갇혀 있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줄 것입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0 프로그램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