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 로컬시네마 부문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창작자들을 주목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 선보였습니다. 지역 출신 감독의 영화, 지역 공적 자원으로 제작된 영화,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영화인이 만든 영화를 지역영화로 분류했습니다. 총 223편이 로컬시네마 부문 심사를 거쳤으며,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한 관점 있는 시선과 인간 본연의 심리를 독창적으로 해석한 표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중 올해 로컬시네마 부문에서는 지역영화가 가진 다양함과 특색을 드러내는 13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계절의 변화와 지역의 풍경이 함께 마음을 움직이는 <8월의 크리스마스>, 지역을 오가며 청년 세대의 고민을 유쾌하게 다룬 <배우 임도현이 해를 기다리는 방법>, 따스한 봄과 설레는 이미지가 만난 <봄 안에서>, 소박하게 오늘을 이야기하는 <부유>, 서로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주는 <브릿지>, 좀비와의 혈투 속에서도 계속되는 수험생의 하루 <수능을 치려면>, 담담하게 현실을 지켜내고 있는 <아무 잘못 없는>, 조용하게 서로의 안부를 묻는 <안녕의 세계>, 미래에서 온 환경에 대한 메시지 <유령의 풍경>, 여성 노동 문제를 다층적으로 다룬 <이력>,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는 저승의 대처 <일출전야>, 아이들만의 자율적 해결 방법을 찾는 <점핑클럽>, 사람의 심리와 관계를 절묘하게 담은 <후회하지 않는 얼굴>까지.
삶의 결정적 순간을 담아낸 많은 영화 중에서 13편의 영화는 각각의 방식으로 지역영화의 가능성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들이 지역영화를 매개로 관객과 만나 서로 연결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
문화적 가치가 충분한 지역 극장이 철거되고, 지역 관객과 만나온 영화제도 신기루처럼 사라졌습니다. 지역영화 창작의 마중물 역할을 했던 지역영화 예산은 100% 삭감을 앞두고 있습니다. 차가운 현실 속 서울독립영화제 로컬시네마 부문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각 지역에서 어렵게 심어진 씨앗들이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지역영화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아직 발굴되지 않은 지역의 이야기를 끌어내야 합니다. 척박해지는 현실에서 로컬시네마 부문을 계기로 지역영화 생태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무엇보다 지역의 창작자들과 활동가들이 힘을 잃지 않길. 지지와 응원의 마음을 작게나마 보냅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3 로컬시네마 부문 심사위원
김미영(영화감독 <절해고도>)
김진유(영화감독 <나는보리>)
최은정(미디액트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