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서울독립영화제 상영작품 공모에 출품된 단편영화는 총 1,222편(극영화 961편, 애니메이션 146편, 다큐멘터리 61편, 실험영화 48편, 기타 6편)이었으며, 예심위원회는 이중 29편의 작품을 선정하였습니다. 올해의 상영작은 서울독립영화제의 슬로건 ‘디어 라이프’가 의미하는 것과 같이 나의 혹은 누군가의 또는 우리의 삶이 다양한 방식으로 담겨진 작품들입니다
매년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물을 보여줘온 애니메이션이긴 했습니다만 올해는 유독 눈에 띄는 애니메이션이 많습니다. 사회적 이슈를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내거나 실험적 표현으로 가득 채우며 시각적인 황홀함을 선사해 주는 작품은 물론이고, 움직이는 그림이라는 애니메이션의 근본에 충실한 아름다운 작품들까지 이어지는 7편의 애니메이션 상영작들은 여러분의 높은 기대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들이 될 것입니다. 또한 17편의 극․실험영화는 서울독립영화제 경쟁부문이 매년 그러했듯 올해도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제대로 표현해낸 작품들의 집합체가 될 것입니다. 여성, 장애, 퀴어, 청년 등의 다양한 사회적 주체들이 주인공이 되어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품들로 ‘영화 보는 맛이 바로 이런 거였지’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줄 영화들입니다. 다큐멘터리는 총 5편이 상영되는데 하나의 특징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작품들의 열전이 될 것입니다. 특히나 소재와 표현방식에 있어 실험성이 도드라지는 작품들이 많은데 이 실험성은 올해 경쟁부문 상영작의 전체적인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극이나 애니, 다큐멘터리로 분류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로 영화 형식의 한계를 넘나들며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 사운드와 사운드 사이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게 해주는 빛나는 작품들로 가득합니다.
출품된 일천 편이 넘는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충만한 에너지와 뜨거운 열정을 생각한다면 서울독립영화제가 가지고 있는 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더 많은 작품을 상영할 수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안타까움에도 불구하고 가급적 많이, 가급적 다양하게 상영작을 선정하는 데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습니다.
영화는 그 존재 자체로도 가치가 있지만 관객과 만날 때는 더욱더 큰 가치와 의미를 갖게 될 것입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서울독립영화제가 그런 가치와 의미를 만들어내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누군가 ‘영화는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가 아니라 오직 봐야 하는 영화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는데 서울독립영화제 예심위원 6인이 선정한 스물아홉 편의 단편경쟁 작품들이 관객 여러분들께 그런 영화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3 본선 단편경쟁 부문 예심위원 (가나다순)
김미영(영화감독<절해고도>)
마민지(영화감독<버블 패밀리>)
박광수(정동진독립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임오정(영화감독<지옥만세>)
장형윤(영화감독<마왕의 딸 이리샤> /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회장)
허남웅(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