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3 새로운선택 단편 선정의 변

 

시대는 늘 변화를 부르고 현실을 반영하는 영화는 관객에게 새로운 이야기와 이미지와 감각 등으로 어필합니다. 전 세계에서 한 해 수천, 수만의 영화가 생산되는 까닭에 서로 비슷한 영화도 있고, 함량 미달인 작품이 있어도 영화가 흥미로운 건 그중 새로움으로 발견의 기쁨을 주는 작품들이 있어서입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3의 새로운선택 단편 부문에는 익숙한 달의 뒷면에 가려져 있어 평소에 접하기 힘들었던 열다섯 편의 영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코미디 영화는 귀한 감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장르를 소개하는 새로운 선택 단편 부문은 귀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는 팝핑 캔디처럼 불시에 터지는 코미디가 젊은 에너지와 만난 B급 영화입니다. <사람들은 왜 바다를 보러 갈까>는 대놓고 드러내지 않으면서 스며들 듯 구사하는 코미디의 감각이, <잠복근무의 맛>은 심각한 상황에서 잠시나마 탈출할 수 있는 코믹한 분위기의 화법이 비범한 재능으로 다가옵니다. <양해의 닭다리>는 드라마에 더 가깝지만, 심각할 수 있는 이야기에 드문드문 코믹한 요소를 첨가해 영화가 끝난 후에도 여운을 남깁니다.

세상을 새롭게 보게 하는 데에는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만 한 장르가 없습니다. <당신의 사과나무>는 화면을 분할했다, 합쳤다 오가는 구성으로 식물과 삶이 자라는 것의 이치를 설명하는, <모두에게, 연두가.>는 익숙한 존재를 달리 보게 하여 편견을 깨게 하는 이야기가 돋보이는, 애니메이션입니다. 다큐멘터리 <러브 데스 도그>는 미처 관심을 두지 못했던 개의 역사로 일제강점기를 바라봅니다. <탄생>은 극 중 인물이 외계의 존재로 거듭나려는 과정을 낯선 이미지와 편집으로 이어 붙인 실험영화입니다.

극영화로 분류되어도 뻔하지 않은 접근과 장르 결합으로 숨은 2인치의 새로움을 연구하는 영화들도 있습니다. <가장 보통의 하루>와 <데어 유니버스>는 소수자의 사랑 혹은 우정의 일상 드라마를 각각 지구 종말과 SF와 결합해 이종(異種)의 영화 보기를 유도합니다. <기억의 집>과 <틱탁>은 공포영화입니다. 두 편 모두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면서 한 편은 비틀린 모녀 관계를 탐구하고, 또 한 편은 엇나간 부녀 관계의 속내를 파헤치면서 언뜻 비슷해 보여도 다른 분위기로 공포영화의 다양성을 전시합니다.

새로움은 세상의 유일한 가치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장례식은 무겁고 가라앉아 있고 곡소리가 넘쳐날 것 같지만, <다리 밑 도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추모의 방식을 취하되 놀이 같기도 하고 가장무도회 같기도 한 극 중 분위기는 상상 초월입니다. 프랑스 배경에, 외국인 배우들이 나오는 <아미라>는 크레딧을 확인하지 않으면 해외 영화 같아도 한국인 감독이 만든 작품입니다.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가족 내에는 종종 윤리적 딜레마의 상황이 발생하고는 합니다. 그것이 생명과 직결할 경우, 고민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민희>는 전복적인 마지막 대사가 영화의 결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끕니다.

새롭다는 것의 가치는 완성도에 앞서 개성을 보증으로 맡기는 까닭에 오래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새로움은 시간이 지나면 일반적이거나 평범한 것이 되는 것이 보통인데 그래서 첫 관람의 경험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3의 새로운선택 단편 부문의 모든 작품이 영화제 기간 동안 관객 여러분들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모두 그럴 만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3 프로그램위원회
김미영(영화감독 <절해고도>)
허남웅(영화평론가)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2023 집행위원장)
박수연(서울독립영화제2023 프로그램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