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3 새로운선택 심사평

 

올해 서울독립영화제2023 새로운선택 부문에서는 단편 15편, 장편 6편이 상영되었습니다. 상영 작품들은 이미지와 서사를 열렬히 탐구하고 실험하는 다양한 형식의 작품들이었습니다. 영화 산업의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전진한 작품들을 만난다는 것은 순수한 즐거움과 자극을 체험하게 하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심사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각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오가기도 했고, 빛나는 성취 그 이면에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지점 사이에서 어떤 가치를 가장 우선 순위로 놓아야 하는 지 여러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내러티브를 설득력 있게 쌓아 나가면서도 형식 혹은 장르의 변주를 선보인 작품들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선정 여부와 상관없이 고유의 개별적인 아름다움을 갖춘 모든 상영작에 심심한 응원과 지지를 보냅니다.

새로운선택상 수상작은 정재희 감독의 <기억의 집>입니다.
깜빡이는 백열등 빛과 초인종 소리를 활용해 여러 기억의 파편들을 조립하면서도 결코 장르에만 기대지 않고, 공포와 슬픔을 느끼게 하는 이 작품은 정재희 감독의 안정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또한 양말복 배우와 조영지 배우의 호연으로 영화는 관객의 예상을 단박에 벗어나며, 서사를 확장시킵니다. 공포물이라는 외피 안에 촘촘하게 세공 된 모녀의 드라마가 결국 관객의 감정을 이동시키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감독님의 다음 작품도 응원하겠습니다.

새로운시선상 수상작은 전혜련 감독의 <민희>입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 ‘민희’가 겪는 딜레마에 대한 영화입니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동생이 있는 주인공 ‘민희’가 자신이 임신한 아이가 다운증후군인 확률이 99%라는 병원의 소견을 듣게 되며, 벌어지는 드라마입니다. ‘민희’를 둘러싼 딜레마를 설득력 있게 그려냄과 동시에 마지막에 ‘민희’가 내뱉는 장면을 힘있게 그려내며 이미지와 메시지를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작품입니다. <민희>가 우직하게 던지는 질문과 그의 발화는 관객을 함께 동요하게 만듭니다. 전혜련 감독의 다음 질문이 어떻게 당도할지를 기대하며 <민희>를 ‘새로운시선상’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3 새로운선택 부문 심사위원 일동
윤단비(영화감독)
임흥순(영화감독)
정가영(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