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라이프
친애하는 나와 당신의 삶에게
한 편의 영화가 오늘의 상영을 방금 끝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우리가 아니고
영화 속 경험들이 살아온 삶과 일치하지 않는데도
영화는 우리의 비밀, 슬픔, 기쁨, 욕망들을 갑자기 생각나게 합니다.
어느 순간 보이지 않았던 장면과 마음이 선명해질 때,
‘이야기가 아닌 인생’으로 이해됩니다.
삶의 해피엔딩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온통 막연한 기대밖에 없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는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불안과 불확실함에 불구하고 하루하루를 매일 만들어 가는 일.
우리들 각자는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어떤 미지의 인생입니다.
어제의 체험에서 내일의 모험으로 도약하기도 하고,
불가능한 것을 향해 건너뛰기도 하고,
때로는 가혹한 순간을 직면하며, 그로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평화와 사랑은 어디로 간 걸까?’ 의문이 든다면
친애하는 삶에서 함께 할 질문을 구해도 좋겠습니다.
오늘이 내일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습니다.
삶은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 같습니다.
그러므로 이 어렵고 혼란한 오늘을 무사히 버텨나가기를
스스로에게 약속해주세요.
‘디어 라이프’, 친애하는 모두의 삶에게,
이 시절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며
어떤 각오와 달관과 행동을 준비하고 있는지
긴 인사말이 영화에서 영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올해의 영화제가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친애하는 삶에게
모든 작품들을 대신해 인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