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3 페스티벌 초이스 장편 쇼케이스 선정의 변

 

올해 서울독립영화제 페스티벌 초이스 장편 쇼케이스 부문에는 총 16편의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이번에 선정된 작품들을 통해 최근 한국독립영화의 경향이나 흐름들을 일괄할 수 있는데요. 작품들의 장르적 다양성이 먼저 도드라지지만, 창작자 고유의 세계관과 영화세계를 유지하며 성장과 진화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작품들이 다수 포진해 있음에 주목을 요합니다.

작품들의 면면을 소개하자면, 우선 장률 감독의 신작 <백탑지광>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고 이어 열린 베이징국제영화제에서 다수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어떤 사건으로 오래전 아버지와 헤어진 주인공이 중년이 되어 아버지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결국 자신을 좀 더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인데요. 최근 중국에서 중국 배우들과 작업하며 더욱 완숙하고 자유로운 영화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장률 감독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작 <69세>를 통해 큰 주목을 받았던 임선애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세기말의 사랑>도 페스티벌 초이스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세기말을 배경으로 운명처럼 연결된 두 여성이 서로를 통해 회복과 구원에 이르는 과정을 따라가는 영화로, 상당한 세공술과 함께, 주연을 맡은 이유영과 임선우 배우가 돋보입니다. 장건재 감독과 공동 연출한 <최초의 기억>으로 올해 서울독립영화제 장편경쟁부문에 선정된 안선경 감독의 또 다른 신작 <이 영화의 끝에서>는 페스티벌 초이스에 선정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작품이 무산되며 영화의 끝을 마주한 영화감독에게 열리는 새로운 가능성과 다른 차원의 세계를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자유롭게 표현한 영화로, 무엇보다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박석영 감독의 신작 <샤인>은 제주의 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홀로 남겨진 소녀 예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전작을 통해 버림받거나 혼자 남은 인간 군상을 다루면서도 인간에 대한 연민과 믿음을 끝내 버리지 않는, 온기로 가득한 감독의 세계관을 이번 영화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김은영 감독의 <더 납작 엎드릴게요>는 동명의 에세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불안정한 20대를 지나 몇 번의 이직 끝에 불교출판사로 출근하기 시작하며 만났던 사람들과 독특한 경험들을 담아낸 코미디입니다. 이돈구 감독의 <미지수>는 느닷없이 찾아오는 죽음 또는 상실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무하는 영화이고, 김병준 감독의 <위험사회>는 20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강원도 카지노에 빠져들면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주인공을 통해 탐욕과 유혹에 취약한 인간의 초상을 보여줍니다. <종착역>을 공동 연출한 권민표, 서한솔 감독이 작년과 올해 보여준 결과물이 흥미롭습니다. 작년 서울독립영화제 장편경쟁에 초청된 서한솔 감독의 <늦더위>와 올해 페스티벌 초이스에 초청된 권민표 감독의 <목소리들>이 다른 듯 많이 닮아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관객이라면, 두 감독의 영화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을 거 같습니다. 한제이 감독의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우.천.사)>는 세기말을 지배하던 불안과 설렘을 정서로 깔고, 폭력과 차별에 노출되었던 청춘들의 풍경을 담아내며 국내 여러 영화제를 통해 주목받았던 영화입니다. 임찬익 감독의 <다우렌의 결혼>은 영화진흥위원회 글로벌 과정을 통해 개발된 프로젝트로 <쓰리: 아직 끝나지 않았다>의 박루슬란 감독이 프로듀서로 참여하면서 카자흐스탄에서 촬영하게 된 영화로, 이주승 배우를 비롯한 한국의 배우와 제작진이 중앙아시아 제작진과의 협업을 통해 완성한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두리 감독의 <돌핀>은 소녀시대 출신의 권유리가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영화로, 쇠락한 시골마을에서 식물처럼 살아가는 주인공 나영은 가족이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완강하게 거부하지만, 우연히 접하게 된 볼링을 통해 안주하려는 생활에서 도약의 계기를 모색하게 되는 내용입니다.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로 고스란히 옮긴 이원회 감독의 <어쩌면 해피엔딩>도 초청되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잘 시도하지 않는 SF와 뮤지컬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기대해 볼 만한 작품입니다.

올해 페스티벌 초이스에 초청된 다큐멘터리는 총 4편입니다. 건축과 공간, 그리고 공간과 사람을 영상으로 담아내며 독보적인 영토를 개척하고 있는 정다운 감독이 이번에는 세계적인 조경가 정영선의 작품세계를 <땅에 쓰는 시>에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이일하 감독의 <청년정치백서-쇼미더저스티스>는 제도권 정치에 도전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두 청년을 따라가는 영화입니다. 좌우로 나뉜 정치지형에서 각 진영을 대표하겠다며 도전에 나선 청년들의 좌충우돌을 지켜보다 보면, 하나의 부조리극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전작 <다방의 푸른 꿈>에서 김시스터즈를 다뤘던 김대현 감독이 이번에는 드러머 임준임(키티)을 중심으로 1971년 결성되어 중동을 거처 유럽시장까지 진출하며 주목받았던 원조 걸그룹 <코리안 블랙 아이즈>를 소환합니다. 나바루, 선호빈 감독이 공동 연출한 <수카바티>는 FC 안양의 서포터즈 RED의 한 많은 역사를 보여줍니다. 축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안양이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역사, 그리고 축구와 안양을 사랑하는 서포터즈들의 열정까지 잘 담아낸 영화입니다.

한 해의 독립영화를 결산하고 조망하는 축제인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더욱 다양하고 풍성한 독립영화의 오늘을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3 프로그램위원회
김영우(서울독립영화제2023 집행위원 & 프로그래머)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2023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