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4 개막작 <백현진쑈 문명의 끝> 발표

Synopsis
다재다능한 예술가 백현진이 연극 연출에 도전하며 배우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그의 독특한 연출은 무대 위에서 알 수 없는 상황으로 풀어진다.
사람들의 울부짖음, 한 여자의 독백, 또 다른 여자가 노래를 립싱크하는 장면들이 순서 없이 등장하고, 백현진은 원시인, 가수, 그리고 해설자로 무대에 나타난다.

서울독립영화제 2024의 개막작은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인 박경근 감독 연출작 <백현진쑈 문명의 끝>이다.

싱어송라이터, 음악 프로듀서, 음향 엔지니어, 화가, 설치 미술가, 비디오 아티스트, 퍼포먼스 아티스트, 배우, 시인, 연출가로 활동하는 백현진이 제작을 맡고, 박경근이 연출로 참여하며 의기투합한 <백현진쑈 문명의 끝>은 올해 50주년을 맞이하는 서울독립영화제가 추구해 온 거침없는 도전과 한국 독립영화의 독립 정신에 잘 부합하는 작품이다.

<백현진쑈 문명의 끝>은 지난 2023년 동시대 예술가의 실험적 무대를 선보이는 세종문화회관 프로그램 ‘싱크 넥스트(Sync Next) 23’의 12개 공연 중 하나로 선보였던 실험적 연극
<백현진쑈: 공개방송>의 기록 영상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이다. 당시 공연에 대해 백현진은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을 재료로 삼아 그동안 듣지도 보지도 못한 형식과 내용의 ‘쑈’를 보여 주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백현진 특유의 펑크적 감각과 유머, 그리고 기성 가치관에 대한 의심과 풍자를 담은 무대는 퍼포먼스, 비디오, 토크쇼, 낭송, 연설, 음악 공연, 토막극 등 다양한 형식을 동원한 한바탕 ‘쑈’이자 난장으로 펼쳐진다.

박경근은 영화 <청계천 메들리>, <철의 꿈>, <군대>와 다수의 미술 전시를 통해 독창적 영상 언어를 구사하며 한국 영화와 미술계의 다양성에 기여해 온 바 있다. 공연 영상 기록을 제안받은 박경근은 카메라를 통해 ‘쑈’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연극/공연을 영화/영상으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깨닫게 되면서, 이번 작업을 연극에 대한 기록을 넘어 ‘백현진이라는 한 예술가의 초상’을 그리는 것으로 선회한다. 박경근은 새로운 도전을 하는 백현진의 불안정하고 애매모호한 내면을 연출의 핵심 요소로 사용해, 다큐멘터리나 픽션이라는 장르로 구분할 수 없는 실험적 형식으로 구성한다.

백현진의 즉흥성과 변주에 조응하는 박경근의 연출 방식도 흥미롭지만, 공연에 등장하는 무용수, 배우, 음악가, 코미디언 등의 몰입도 충만한 현장 연기를 영상으로 만나는 지점이 흥미롭다. 종잡을 수 없는 문상훈과의 토크쇼, 가수 장기하, 배우 김고은, 김선영, 한예리가 보여 주는 무대 연기는 격정적이고 폭발하는 에너지로 가득하다. 무대를 벗어나 서울시내 공사장에서 발견된 황량한 유적지를 헤매는 백현진의 연기는 한 시대의 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는 예술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기존 영화 형식이나 장르 구분법으로 분류하길 거부하는 일탈과 자유로움, 그리고 변주를 보여 주는 <백현진쑈 문명의 끝>은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의 슬로건인 ‘오공무한대 50 to Infinity’가 의미하는 ‘서독제가 맞이할 미래 속 무정형의 영화’를 미리 만나 보는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김영우 / 서울독립영화제2024집행위원&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