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4 새로운 선택 부문 심사평

서울독립영화제2024 새로운선택 부문 심사평

영화와 극장의 예정된 황혼을 수시로 말하는 시대 한 가운데서 심사위원들은 18편의 단편과 8편의 장편 작품들을 보았습니다. 극장이 소등되고, 개인의 삶이 정지하고, 세계가 펼쳐지고, 그 속을 유영하면서 우리 심사위원들은 자연스레 알았습니다. 아, 영화는, 극장은, 결코 사라지지 않겠구나. 영화를 향한 애착과 갈망은 여기, 지금, 우리와 함께 있구나. 이 ‘지금’들은 연결되고 연결되면서, 영화는 세상의 기우와 낙담에 저항하고 있구나. 이 아찔한 환희를 알게 해 준 모든 창작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더불어 심사위원들은 이러한 환희를 가장 앞에서 일깨워 준 두 편의 영화를 수상작으로 선정하고, 한 편의 영화를 특별 언급하고자 합니다.

새로운선택상 수상작은 이현빈 감독의 <마루와 내 친구의 결혼식>입니다.

종종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소재를 기어이 엮어내는 순간에 ‘영리하다’라는 수식어를 씁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여러 담론을 가져와 한줄기로 귀결시키지만, 영리하다는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어떤 연출적 묘수를 작위적으로 두지 않고도 자연스러운 연결감을 통해 영화 속 인물들의 상황을 엮어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 ‘민아’와 ‘현경’을 통해 장애인에게 ‘금기시’된다는 연애, 결혼, 임신과 번식장에서 태어나 잔인하게 착취된 후 유기된 강아지 ‘마루’의 삶을 사려 깊게 포개어 보여줍니다. 이러한 구성은 주인공 ‘민아’가 마루를 돌보는 행위와 곧 엄마가 되어 돌봄 노동을 할 ‘현경’이 금기시의 존재가 아닌 삶의 주체로서 능동적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더불어 카메라는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강아지 마루의 시선이 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민아와 현경이 보여주는 능동적 선택들과 맞물려 이른바 ‘체험’으로서의 시선을 견제합니다. 이러한 시선은 분명히 존재함에도 존재하지 않는 듯 삭제하는 대상을 분명히 지시함으로써, 선을 긋는 세상을 질책하는 듯합니다. 이 같은 감독의 올곧은 시선을 지지하며, 이러한 시선을 시작으로 세상의 견고한 벽이 허물어지길 기대합니다.

새로운시선상 수상작은 이종수 감독의 <인서트>입니다.

통상의 영화 촬영 현장에서 인서트 감독의 자리는 변방에 자리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인서트>는 이처럼 창작 공동체 속 눈길이 닿지 않는 자리에서 자기실현의 욕구를 품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입니다. 인서트 촬영감독 ‘진주석’과 무명 배우 ‘마추현’은 이종수 감독의 고집스러운 통찰에 의해 미증유의 매력을 지닌 캐릭터로 탄생하여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또한 인물들의 삶은 정중동의 흐름 속에서 뛰어난 연기를 통해 서서히 스며드는 체험으로 다가옵니다. 페이소스는 강렬하며 ‘주석’과 ‘추현’의 시간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는 것은 인물들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애정입니다. 복고적 감각을 섬세히 서사에 녹인 훌륭한 연출력은, 새로 물들지 못한 채 남아있는 ‘추현’의 머리카락처럼 아련하고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특별언급 작품은 이소정 감독의 <모든 점>입니다.

다양한 계통의 역사에서부터 과학의 영역까지 아우르는 이소정 감독의 폭넓은 시선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신비로운 탐구의 과정 가운데 무언가를 찍는 행위의 의미가 새롭게 정의되는 순간들은 몹시 고귀하게 느껴집니다. 영화를 만들거나 본다는 것이 결국 나와 타인을 이해하고 서로를 연결하게 만들어주는 행동일 수 있다면, 이는 실로 보배로운 일이 아닐까요. <모든 점>이 제시하는 경계에 대한 담론은 이처럼 보고 찍는다는 행위에 대한 다채로운 가치를 곱씹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4 새로운선택 부문 심사위원 일동

손수현(배우 겸 영화감독)
손태겸(영화감독)
이미랑(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