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서울독립영화제 상영작품 공모에 출품된 단편영화는 총 1,505편(극영화 1,126편, 애니메이션 190편, 다큐멘터리 119편, 실험영화 61편, 기타 9편)이었으며, 예심위원회는 이 중 27편의 작품을 선정하였습니다.
유난히도 덥고 길었던 여름을 역대 가장 많은 출품작들과 함께 보냈습니다. 각자의 심사 기준으로 열띤 의견들이 오갔고, 최종적으로는 관객의 마음으로 영화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영화를 만나고 싶다는 기대로 영화제를 찾아올 관객들을 생각하며 극장에서 함께 보고 싶은 영화, 감독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고 싶은 영화, 그 이름을 기억하고 다음 영화를 기다리게 만들 영화, 이 영화를 봤다는 공통점을 발견하면 반가울 영화,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영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곱씹고 확장될 영화들을 선정하였습니다.
압도적인 촬영과 리듬감 있는 편집으로 그 영화만의 미로에 우리를 가둬 두기도 했으며, 순식간에 우리를 어린 시절로 보내 가슴을 먹먹해지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블랙코미디라는 가면을 쓰고 뒤통수를 때리기도 하고,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실험영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넓은 스펙트럼의 세계로 매료시키기도 했습니다. 보면 안 될 것 같은 일기장을 본 것 같은 기분에 민망해지기도 했지만 누구보다 솔직했기에 대신해서 싸우고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 낸 영화들을 보며 웃었고, 울었고, 함께 불안했고, 감탄했습니다. 아직까지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상하게 마음에 남는 영화도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아쉬움도 짧게 남기겠습니다. 1,126편의 극영화들에서는 어떤 유행 같은 경향성들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특별한 사건 없이 권태로운 청년들이 힘듦을 토로하는 비슷한 구성의 비슷한 장면의 겹침이 두꺼워질 때마다 이 레이어를 꿰뚫는 한 컷을 기대했지만 비슷한 엔딩들에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단편이란 짧은 러닝타임에 소재 이상의 확장이 있는 작품을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매년 출품작들은 늘어 가는데, 극장과 영화계는 죽어 가고 있다고 하고, 영화제는 예산 삭감으로 힘겨운 싸움을 시작해야 하는 알 수 없는 시절입니다. 하지만 올해 심사를 통해 계속 보고 싶은 영화들을 만났고 힘을 받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더 넓고 깊게 확장될 독립영화의 세계를 엿보았습니다.
1,505 편의 출품작을 만들어 주신 감독님들, 스태프들과 배우들께 감사와 응원을 드립니다.
서울독립영화제 2024 본선 단편경쟁 부문 예심위원 (가나다순)
김보람(영화감독<두 사람을 위한 식탁>)
이우정(영화감독<최선의 삶>)
정혁기(영화감독<판소리 복서>)
진명현(무브먼트 MOVement 대표)
차한비(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허남웅(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