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한 당신들에게 Dear you, unrelated
김태양, 손구용, 이미랑, 이종수 KIM Taeyang, SOHN Koo-young, LEE Mi Rang, LEE Jongsu | 2025 | Fiction | Color+B/W | DCP | 60min (K) World Premiere
Synopsis
<무관한 당신들에게>는 픽션의 역량을 믿어 보는 동시대적 프로젝트이다. 이미랑, 이종수 두 감독은 <미망인>의 유실된 결말을 상상적으로 복원했다. 이미랑의 〈미망인: 다시 맺음〉에서 이신자는 원작과 사뭇 다른 결정을 내린다. 감독은 아프레걸(Apres-girl)로 여겨지곤 했던 〈미망인〉의 주인공, 신자의 갈등과 결심, 이어서 내딛는 낯선 발걸음을 담아냈다. 이종수는 〈이신자(異晨者)〉에서, 택에게 복수하기 위해 대장장이를 찾아가는 이신자의 모습을 새롭게 구상했다. 복수를 위한 칼을 고르는 시퀀스가 더해지면서, 영화는 드라마에서 스릴러의 요소가 가미된 새로운 장르로 전환된다. 김태양은 2024년 작품 <미망>의 두 번째 단편을 흑백으로 바꾸고 <미망인>과 교차 편집을 통해 새로운 단편 <무관한 당신들에게>를 만들었다. 손구용의 〈보이지 않는 얼굴(들)〉은 박남옥 감독이 평생 연모했던 배우 김신재와, 실제 〈미망인〉의 주연을 맡은 배우 이민자, 즉 영화의 바깥에 존재하는 잠재적 얼굴과 프레임 안에 이미지로 포획된(재현된) 얼굴의 관계를 허구적으로 탐색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사라져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와 이야기는 어떻게 지금의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는가. 2025년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의 시작을 여는 개막작은 어쩌면 불가능해 보이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여정에 놓인 작품이라 할 만하다. 김태양, 손구용, 이미랑, 이종수 감독의 <무관한 당신들에게>는 한국 영화 최초의 여성 감독 박남옥이 남긴 유일한 영화 <미망인>의 소실된 마지막 장면에 대한 각자의 영화적 상상을 더한 새로 쓰기이자, ‘최초’라는 영예와 ‘여성’ 감독이기에 짊어져야 했던 억압이라는 모순 속에 놓였던 감독 박남옥과 영화 <미망인>에게 보내는 일종의 헌사라 할 것이다.
영화 평론가 문주화의 기획으로 네 명의 영화 감독과 여성의 세계를 탐독해 온 두 명의 작가가 참여한 전시로 먼저 선보였던 <무관한 당신들에게>는 <미망인>의 소실된 부분을 상상적으로 복원하거나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써내려 간다.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이게 될 영화 <무관한 당신들에게>는 박남옥 감독의 <미망인>이 1955년 당시 관객들과 만났을 스크린 위에 영사됨으로써 <미망인>의 소실된 마지막 부분의 복원과 재해석, 그리고 이를 현재의 관객과 만나게 함으로써 과거의 영화가 아닌 동시대 영화로서 관람하는 영화적 체험을 가능케 할 것이다. 관객들을 이 마법과도 같은 영화적 체험의 순간으로 안내할 시작은 김태양 감독의 <무관한 당신들에게>로부터 출발한다. 두 개의 단편과 한 개의 중편을 시적인 감성과 리듬으로 엮은 그의 장편 데뷔작 <미망>에서 영화 속 영화로 <미망인>이 등장하는 두 번째 단편을 흑백으로 새롭게 편집한 영화는 과거와 현재, 극장과 극장을 경유해 관객들을 새롭게 펼쳐진 <무관한 당신들에게>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렇게 시작된 이 특별한 영화적 체험의 여정은 박남옥의 <미망인>을 거쳐 소실된 부분을 상상적 복권과 장르적으로 재해석한 이종수 감독의 단편 <이신자(李晨者)>, 원작과는 사뭇 다른 결론을 상상하고 재구성한 이미랑 감독의 단편 <미망인: 다시 맺음>, 그리고 박남옥 감독의 필생의 히로인이었으나 결국 함께 하지 못한 배우 김신재와 <미망인>의 주연을 맡은 배우 이민자의 관계를 허구적으로 이미지화한 손구용 감독의 단편 <보이지 않는 얼굴(들)>로 이어진다. 유실된 과거를 현재의 시간으로 소환하는 이 새롭고도 도발적인 여정이 끝난 후 다시금 환해진 극장 안에서 혹은 극장 밖으로 나서게 될 당신들은 어느 곳에 도착해 있을까. ‘영화가 오려면 당신이 필요해’라는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의 슬로건처럼 이토록 도발적이고도 실험적인 올해의 개막작은 그 어느 때보다 관객들에게 강렬한 영화적 참여를 체험케 할 것이다.
모은영 (서울독립영화제2025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