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5 본선 장편경쟁 부문 심사평
올해 서울독립영화제 본선 장편경쟁 부문에 선정된 12편의 영화는 각자 개성이 뚜렷한 참신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불모의 땅을 개척하려는 의지와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가려는 다짐이 느껴지는 영화들을 보면서 한국 독립영화의 저력을 새삼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본선 장편경쟁 부문 영화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12편의 영화 가운데 대상 선정작은 감정원 감독의 <별과 모래>입니다. <별과 모래>의 두 주인공은 한눈에 관객의 호감을 사로잡을 인물이 아닙니다. 여자는 무기력해 보이고 남자는 망상에 사로잡힌 것처럼 보입니다. 사회의 통념으로 보면 비난받거나 멸시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영화는 그들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켜봅니다. 그들을 대신해 분노하지도 않고 그들을 불쌍하게 내려다보지도 않습니다. 그 거리감을 시종 유지하면서 영화는 강 건너편에서 강가에 나와 있는 그들을 봅니다.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그 거리는 모멸감을 견디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거리에 더해지는 시간은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까요? 영화는 얼핏 이뤄질 수 없을 것 같았던 기적 같은 순간에 다가섭니다. 카메라가 어디에서 바라봐야 이야기가 성립하는지 <별과 모래>는 잘 알고 있습니다. <별과 모래>는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곱씹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최우수작품상은 김보솔 감독의 <광장>입니다. <광장>은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 이후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기념비적인 한국 애니메이션입니다. 북한을 무대로 최인훈의 소설 <광장>을 다시 쓰는 이 대담한 시도는 그냥 시도로서 박수 받을 영화가 아닙니다. <광장>의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 능력과 실사영화가 부럽지 않은 표정 연출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미 해외 여러 영화제에서 주목받았지만 아직 국내에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만큼 이 상이 <광장>의 뛰어남을 알리는데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수작품상은 박석영 감독의 <레이의 겨울방학>입니다. 박석영 감독의 이번 영화는 작은 이야기를 어떤 장식이나 기교 없이 담담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두 소녀의 만남이 남기고 간 흔적은 조용한 정서적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극적 반전이나 강렬한 드라마가 아니어도 마음을 사로잡는 이 영화를 응원합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5 본선 장편경쟁 심사위원 일동
남동철(프로그래머)
이언희(감독)
전여빈(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