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오려면 당신이 필요해.”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날씨를 완벽히 맞힐 수 없는 것처럼, 하늘은 늘 예측할 수 없어 두렵지만 또 불현듯 아름답습니다.
매일이 다르고 한 번도 같지 않은 신비로움은 내가 살고 있는 거대한 공간의 감각을 일깨웁니다.
문득 궁금해지곤 합니다. 같은 시간에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다른 이가 어딘가에 또 있지 않을까.
어둠이 내려앉기 전의 하늘은 마술과 같습니다. 그 시간의 결을 영화관 안에서도 느껴 본 적이 있나요?
닮은 듯 다른 영화의 시간들이 접혔다가 펼쳐지는 순간,
영화의 하늘 아래에 함께 모여 있던 낯모르는 이들의 얼굴은 어쩐지 나와 닮아 있었습니다.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각자의 변화들을 스크린에 비춰 내곤 합니다.
속내를 보여 주는 영화에게, 우리의 속내를 기꺼이 털어놓으면서요.
많은 단어가 영화와 우리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연대, 우정, 믿음, 사랑과 같은.
한국영화의 위기라는 말이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저 바깥에서 낙심한 이들이 던지는 돌멩이들이 날아오기도 하구요.
하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습니다. 별의 폭발이 밤하늘에 박제되듯, 영화가 남기는 흔적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별의 노크를, 꿈의 감각을, 삶의 박동을 우리는 이어가기로 합니다.
영화가 오려면 당신이 필요합니다. 모두 다르고 틀림이 없는 영화들은 올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