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5 해외초청: 다시 영화, 다시 세상

서울독립영화제2025 해외초청:
다시 영화, 다시 세상

올해 서울독립영화제 해외초청 프로그램의 백미는 점프 컷과 핸드헬드 촬영 등 파격적인 스타일로 1960년대 누벨바그를 정의한 기념비적인 작품이자 현대 영화 언어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영원한 청춘 영화의 표상으로 남을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 상영이다. 동시에 이 영화의 탄생 비화를 다룬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누벨바그>를 상영하는데, <누벨바그>는 고다르의 즉흥적이고 예측 불가능했던 창작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재현하며, 영화사의 걸작이 탄생하는 순간을 포착한 영화이자 <네 멋대로 해라>에 대한 헌사이기도 해서, 두 편을 묶어서 상영해 영화적 혁명이 탄생하는 순간을 기념하고자 한다.

태국의 랏차품 분반차촉 감독의 <쓸모 있는 귀신>은 죽은 아내의 영혼이 진공청소기에 깃든다는 기발한 설정을 통해 태국의 어두운 정치적 트라우마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신랄하게 파헤치는 초자연적 블랙 코미디 드라마로,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영화이다. 그리고 시네아스트 차이밍량 감독의 미니멀 시네마의 세계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집으로>는 서사에서 벗어나 순수한 이미지와 앰비언트 사운드만으로 기이한 영화적 체험을 선사하는 영화다. 필리핀의 거장 라브 디아즈의 <마젤란>은 영웅으로 역사에 기록된 마젤란에 대한 역사적 재해석과 전복을 시도하는 도발적인 시선이 돋보이는 영화이지만 라브 디아즈 감독의 특유의 호흡과 리듬을 유지하고 있는 영화다. 카우테르 벤 하니아 감독의 <힌드의 목소리>는 가자 지구에서 위험에 처한 6세 소녀의 실제 통화 녹음 오디오를 삽입해 재연한 영화로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았으며, 지금도 진행중인 대량 학살과 전쟁의 현실을 기록하고 고발하는 강렬한 선언이기도 한 영화다.

또한, 시스템 안과 밖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있는 전세계 거장으로부터 그의 창작의 비밀을 직접 듣는 자리도 마련한다. 그 첫 주인공은 바로 탐구와 발견의 순간을 만들어 내는 일본영화계의 젊은 거장, 미야케 쇼. 올해 로카르노영화제 황금표범상을 수상한 <여행과 나날> 상영과 함께 그의 마스터클래스가 진행된다. 이와 함께 최근 일본 영화계가 성공적인 세대 교체와 함께 산업적, 비평적으로 활력을 되찾고 있는 가운데, 두드러진 성과로 주목받은 일본 독립영화들을 만나는 자리도 마련했다. 2억 원의 제작비로 1개 관에서 시작해 380여 개까지 상영관을 늘리며 상업적인 성공과 함께 일본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이라는 비평적 주목까지 이뤄 낸 야스다 준이치 감독의 <사무라이 타임슬리퍼>와 핑크 영화의 거장이자 좌파 감독의 대표주자였던 와카마츠 코지가 나고야에 설립한 미니 씨어터 ‘시네마스코레’를 배경으로 새로운 일본 영화와 미래의 거장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던 80년대 일본 영화의 기운을 조망한 <청춘강탈: 아무것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 2>, <링 원더링>으로 주목받았던 카네코 마사카즈의 두 번째 장편 <리버 리턴즈>, <백엔의 사랑>의 작가 아다치 신의 연출작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맞이한 독립영화 감독의 불안을 담은 <굿럭>, 그리고 올해 칸영화제에서 소개된 6편의 일본영화 감독 중 최연소 감독 주간 초청으로 화제를 모은 단즈카 유이가의 <전망세대> 등 일본 독립영화의 현재와 가능성을 보여 줄 5편의 독립영화들이 상영된다. 또한 이들과 함께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사무라이 타임슬리퍼>의 해외 배급을 맡았던 아담 토렐, 시네마스코레 대표이자 아이치국제여성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인 기타마 준지 등이 참여해 일본 독립영화의 현재를 이야기하는 자리 역시 마련된다.

마지막으로 <해피엔드>의 소라 네오의 단편 <어느 뻣뻣한 하루>와 올해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관객상 수상작 <리틀 아멜리>까지 올해 해외초청 프로그램은 거장에서 신진, 실험에서 극,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와 세계를 망라한다. 한국영화의 위기감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우리는 특히나 사회적, 정치적으로 큰 혼란의 시간을 통과해 왔다. 여전히 희망보다는 막막함이 익숙한 지금, 여전히 타협하지 않는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고 있는 거장들과 그럼에도 영화를 통해 세상을 담을 수 있다고 말하는 영화들, 그리고 침체기를 거쳐 다시금 새로운 저력을 펼치고 있는 이웃의 영화들과 함께 다시 영화, 다시 세상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영우/미쟝센단편영화제 프로그래머
모은영/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 서울독립영화제2025 해외초청: 다시 영화, 다시 세상 ◁ (섹션순)

[해외초청 1]
어느 뻣뻣한 하루 소라 네오 | Japan, China | 2025 | Fiction | Color | DCP |11min (KN)
리틀 아멜리 메일리스 발라데, 리안 조한 | France | 2025 | Animation | Color | DCP | 78min (KN, E)

[해외초청 2]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 France | 1960 | Fiction | B/W | DCP | 89min (KN)

[해외초청 3]
누벨바그 리처드 링클레이터 | France | 2025 | Fiction | B/W | DCP | 105min (KN)

[해외초청 4]
사무라이 타임슬리퍼 야스다 준이치 | Japan | 2024 | Fiction | Color | DCP | 121min (KN)

[해외초청 5]
쓸모 있는 귀신 랏차품 분반차촉 | Thailand, France, Singapore, Germany | 2025 | Fiction | Color | DCP | 130min (KN)

[해외초청 6]
집으로 차이밍량 | Taiwan | 2025 | Fiction | Color | DCP | 65min

[해외초청 7]
전망세대 단즈카 유이가 | Japan | 2025 | Fiction | Color | DCP | 115min (KN)

[해외초청 8]
굿럭 아다치 신 | Japan | 2024 | Fiction | Color | DCP | 104min (KN)

[해외초청 9]
청춘강탈: 아무 것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 2 이노우에 준이치 | Japan | 2023 | Fiction | Color | DCP | 120min (KN)

[해외초청 10]
마젤란 라브 디아즈 | Portugal/Spain/France/Philippines/Taiwan | 2025 | Fiction | Color | DCP | 160min (KN)

[해외초청 11]
리버 리턴즈 카네코 마사카즈 | Taiwan | 2024 | Japan | Color | DCP | 109min (KN)

[해외초청 12]
힌드의 목소리 카우테르 벤 하니아 | Tunisia/France | 2025 | Fiction | Color | DCP | 89min (KN)

[해외초청 13]
여행과 나날 미야케 쇼 | Japan | 2025 | Fiction | Color | DCP | 89min (K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