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인들의 수확의 장, 한 해를 마무리하는 영화 축제인 서울독립영화제가 개막했다. 작년에 이어 서울독립영화제2023의 개막식은 CGV압구정 4관에서 진행하고, ART2관에 동시 중계됐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며 서울독립영화제의 개막식을 책임지고 있는 권해효, 류시현은 능숙한 진행으로 유쾌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영화인들을 반겼다.
올해 49회를 맞이하는 서울독립영화제2023엔 총 1,374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영화제 기간 중 본선 단편경쟁 29편, 본선 장편경쟁 13편, 새로운선택 21편, 페스티벌초이스 40편, 아카이브 6편, 해외 초청 7편, 로컬시네마 13편, 개막작 1편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130편의 상영작 하이라이트 영상 이후 공정한 심사를 진행할 각 부문의 심사위원이 소개됐다. 수상작에 수여될 총상금은 역대 최대규모인 1억 원이다.
지난 일 년간 우리는 영화를 통해 서로에게 어떤 안부를 전하고 있었나. 예측불가능한 일상에 한숨짓던 날도, 어쩔 도리 없는 일에 자책하던 날도 결국 다 지나간다. 우리를 정말 눈물짓게 하는 일은 무너짐과 줄어듦이 아니다. 서로의 손을 놓고, 누군가 미워하게 되는 일이다. 디어 라이프, 움츠러드는 겨울, 독립영화가 친애하는 당신의 삶에 활력을 북돋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응원과 연대로 함께할 수만 있다면.
글: SIFF2023 데일리팀 정희진
사진: SIFF2023 공식스틸 김조성, 하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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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INTERVIEW]
‘어긋난 단층을 모아’ – <신생대의 삶> 임정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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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김새벽 分)가 오영(심달기 分)에게 왜 리투아니아에 왔냐고 묻는다. 같은 질문을 감독님에게도 다시 묻고 싶다. 좋아하는 공간이라 찾아갔다. 왜 갔는지에 대해서는 찍고 돌아와서 생각해보게 된다. 좋아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긴장감이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앞서 말씀드린 밖에 나가면 공부가 잘되고, 글이 잘 써지는 이유는 일말의 긴장감과 의무, 책임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집에 혼자 있으면 생기지 않는 감정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영화를 만드는 태도에도 도움이 되는 듯하다. 이러한 공간들을 각자 몇 군데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이런 기분을 주는 공간이 몇 있다. 이번에는 리투아니아였다.
사람이 얻고 싶은 감정에는 굉장히 여러 결이 있는 듯하다. 물론 주로 기쁘고 즐겁고 싶지만, 단순히 ‘기쁘다’, ‘즐겁다’로는 표현되지 않는 다양한 종류의 감정이 있다. 태국, 라오스, 지금은 갈 수 없는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리투아니아까지 다 좋아하지만, 좋아함의 결은 각각 다르다. 리투아니아의 경우에는 인구밀집도도 낮고, 높은 건물들도 없어서 명상하고 싶을 때 떠오르는 나라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글: SIFF2023 데일리팀 김민범
사진: SIFF2023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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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INTERVIEW]
‘가득 차 있지만 쉽게’ – <스위밍> 서새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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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로 보여주는 무의식 방들은 약간씩 뒤틀려 있다. 몸은 한 개인데 머리가 세 개인 아기가 있는 엄마의 방, 끄면 끌수록 더 타오르는 방, 모든 게 묶여있는 방처럼 말이다. 꿈은 섭취했던 것들을 정리해 주는 작업이라고 하더라. 무의식이나 기억을 기호로 표현해 보고 싶었다. 먼저 ‘엄마’라고 하면 보통 헌신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엄마도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엄마의 방에 있는 아기가 온전하지만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음으로 끄면 끌수록 타오르는 방은 안구건조증이 있는 사람의 고통을 표현한 거다. 안구건조증이라 하면 눈이 매일 타들어 갈 것 같지 않나. 자세히 보면 깨진 눈에 담긴 물을 퍼서 불을 끈다. 마지막으로 모든 게 묶여있는 방은 계획형인 배이삭 감독을 보고 떠올린 이미지다.
글: SIFF2023 데일리팀 성혜미
사진: SIFF2023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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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REVIEW]
‘긴 긴 밤 어떻게 살 것인가?’ – <잠복근무의 맛> 김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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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두 명의 형사는 맛없고 텁텁한 잠복근무를 견디다 못해 편의점에서 재료를 사 와 직접 음식을 만들기에 이른다. (중략) 분명 범인을 잡아야 하지만, 이들에게는 지금 당장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어쩌면 범인을 잡는 것보다는 어떻게 길고 긴 차가운 밤을 달콤하게 채워 나갈 것이냐에 달려 있다. 삶이 고통스럽고 지난할지라도, 가장 중요한 건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는 중이라는 사실이다. 찰나의 생동하는 삶을 느끼고 만끽하는 순간, 무의미하게 느껴지던 시간은 그제야 살만하게 느껴진다. 밤은 길지만, 인생은 짧다. 그렇다면 그대는 이 지난하고 고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글: SIFF2023 관객심사단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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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REVIEW]
‘사라의 얼굴’ – <사라> 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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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화의 특징으로부터 사라가 세계를 마주하는 방식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이름의 운명론을 믿는 사라는 자신의 이름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지 못하기에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관계 맺을 이야기를 떠올리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그가 마주하는 인물과 상황은 사라 곁에 머물기보단, 그의 얼굴에 조응하는 클로즈업 쇼트 속에서 시선의 대상으로 스쳐 지나갈 뿐이다. 물론 이는 사라의 태도이기도 하지만, 사라가 마주하는 세계의 태도이기도 하다. 사라의 속내를 들어주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결핍에 매여 있는 사라는 눈앞에 놓인 상황을 겪어내는 데 몰두한다. 그렇기에 사라의 여정은 매 순간 필사적인 것이 된다. 이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인 우리 관객은, 사라가 그의 여정 속에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순간을 만날 수 있길 염원하게 된다.
글: SIFF2023 관객심사단 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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