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INTERVIEW]
‘무엇이든 될 수 있는’ – <퀸의 뜨개질> 조한나 감독
|
만다라를 뜨는 동안 할머니의 뜨개질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고 했다. 손녀가 생각하는 할머니의 뜨개질은 무엇이었나? 앞서서 할머니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답했는데, 사실 할머니의 뜨개질은 내게 올드하고 멋지지 않은 것이었다. 나의 뜨개질은 나만을 위한 뜨개질이었는데, 할머니는 가정에 도움이 되기 위한 뜨개질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점점 할머니가 남들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뜨개질로 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할머니의 뜨개질은 할머니만의 소통 방식, 혹은 말하는 수단이지 않았을까 싶다. 안 그래도 영화를 상영하면서 “할머니가 만다라를 보면 어땠을 것 같냐, 어떤 말을 할 것 같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근데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 할머니라면 나를 질투하면서 더 큰 만다라를 만들었겠지 싶은거다. 할머니는 그냥 그런 사람이고, 나도 할머니를 너무 닮아서 그런 마음을 이해하고.
글: SIFF2023 데일리팀 정희진
사진: SIFF2023 홍보팀
|
[DAILY INTERVIEW]
‘달은 차오르고, 걸음이 그치면’ – <밤 산책> 손구용 감독
|
모든 작업에서 산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인적으로서의 산책, 작업에서의 산책에 대해 듣고 싶다. 실제로 산책을 좋아한다. 지금 편집 중인 <공원에서>까지 살펴보면 점점 동적인 작업에서 정적인 작업으로 흘러가고 있다. 돌이켜 보면 <밤 산책>은 이전 작업보다 정적이고, <공원에서>는 영화 내내 한 공원에서만 진행된다. 움직임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추후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산책은 독서랑 비슷하다고 느낀다. 둘 다 사색의 시간을 준다. 특히 <밤 산책>에서는 산책과 독서가 겹쳐진다. 한시가 이미지와 함께 등장한다. 텍스트를 읽는 행위와 풍경을 담는 행위가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명확한 주제 의식을 담는 것보다는 좀 더 열려 있고, 보편적인 행위에서 시작해서 내밀한 이야기로 들어가는 방식을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산책은 개인적이면서 또 보편적이라고 느낀다.
글: SIFF2023 데일리팀 김민범
사진: SIFF2023 홍보팀
|
[DAILY REVIEW]
‘오롯이 그려내는 기억의 풍경’ – <유령극> 김현정
|
기억 속에는 낡고 오래된 풍경이 있다. 우리의 기억은 과거의 어느 지점을 반추해 내고, 망각하기를 반복한다. 이는 필름을 자르고 붙이는 영화의 편집 과정과 비슷하다. 연출자는 현실의 조각에서 무엇을 기억하고 망각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오늘날 철거된 극장에서 관객의 자리는 허물어졌지만, 영화는 기억 속에서 유령처럼 사라지는 것을 스크린에 다시금 불러들일 수 있다. 할아버지와 손주가 영화를 보기 위해 향한 원주의 한 극장은 세월이 켜켜이 쌓인 공간이다. <유령극>의 카메라는 들뜨거나 갈라져서 벗겨진 시멘트 외벽과 시간의 흔적으로 얼룩진 극장의 모습을 담는다. 매번 같은 영화만 상영하는 이곳에서 할아버지의 영사된 기억은 극장이라는 공간을 반추한다. 스크린을 통해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그 물리적인 감각을 재현해 내는 어떤 시선일 것이다.
글: SIFF2023 관객심사단 조영은
|
[DAILY REVIEW]
‘일상의 균열에서 마주하는 공포’ – <홀> 황혜인
|
믿음이 사라질 때 마주하게 되는 불안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사실상 그 불안도 텅 비어 실재하지 않는 그 어떤 것일 텐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불안감에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는다. 안온해야 할 일상에서 이따금 균열이 발생할 때, 우리의 모습은 사실 보호받아야 하는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긴장감이 가득한 스릴러 영화다. 하지만 공포에 질린 정미의 클로즈업 숏에 서려 있는 처연함을 자꾸만 곱씹게 된다. 그건 아마도 ‘맨홀’이 우리가 늘 마주하는 일상이자 안녕하지 못한 현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글: SIFF2023 관객심사단 황문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