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09 예심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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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2009 예심총평




서울독립영화제2009의 슬로건은 ‘치고 달리기’입니다. 이 명랑한 용어는 타자가 치는 동시에 주자가 달리는 야구 게임의 작전 용어에서 빌려왔습니다. 말 그대로 치고 달리기란 협업의 작전입니다. 서로의 약속이 어긋나 타자가 공을 맞추지 못하거나 주자가 뛰지 않는다면 낭패를 보는 일이겠지만 성사된다면 서로의 믿음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이 말이 비유이기는 합니다만 저희들은 서울독립영화제2009가 그렇게 동시에 함께 뛰는 행사이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치고 달리기의 현장이 바로 많은 독립영화 창작자들의 작품 출품과 본선 상영작을 가리는 저희들의 심사과정이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열정적으로 소중한 작품을 보내주셨고 6인의 예심위원은 동시에 최선을 다해 검토했습니다. 그 결과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올해는 역대 어느 때보다 많은 작품이 출품되었습니다. 총 출품작은 722편. 단편은 작년보다 90여 편이나 많은 665편, 장편도 12편이나 늘어난 57편의 작품이 도착했습니다. 이런 추세는 아마 당분간 계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독립영화를 만든다는 행위는 한 단체에서부터 개인에 이르기까지 학생에서 사회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습니다. 게다가 서울독립영화제는 한 해의 독립영화를 가늠하고 정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지녔으므로 넓어진 독립영화 만들기의 기회만큼 많은 편수가 앞으로도 출품되리라 예상합니다.







결정적으로 본선 진출작을 선정하기 위해 모인 예심위원들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단순히 많아진 출품작 수가 아니었습니다. 작품의 편차가 예년에 비해 훨씬 더 좁혀졌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사회적 목소리는 정당하나 그걸 담는 영화적 방법을 찾지 못한 영화들 또는 영화적 만듦새는 뛰어나지만 울림을 주기에 부족했던 영화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더 작품 간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저희들의 즐거운 고심을 낳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독립영화의 사회적 문제에 접근하는 시선과 그 시선을 영화적으로 담아내는 독창성이 전반적으로 튼실해지고 출중해지고 있다는 것이 이번 작품들을 대하면서 얻은 예심위의 희망찬 결론입니다. 이 출품작들 중 길고 긴 장고 끝에 단편 34편, 장편 11편, 총 45편으로 상영작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34편의 단편을 양식과 장르 면에서 본다면 실험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 다양합니다. 상영작 편수가 줄어든 것은 전반적으로 작품의 길이가 예년보다 얼마간 길어졌다는 점때문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제와 소재 면에서 본다면 올해 단편영화들이 보여준 관심사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성소수자, 척박한 노동 조건, 사회가 낳은 불우한 가족 환경, 장애인을 위한 미비한 환경 조건, 여성 간의 연대 등이 예년과 마찬가지로 각양각색 시선으로 문제제기 되고 있습니다. 올해 유독 특이한 경향 중 한 가지가 있다면 매년 많은 작품들이 다루어 왔던 청춘남녀의 문제가 88만원 세대의 고민과 맞닿아 풀어내어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사회 안에 있는 이 문제들은 아직도 산적해 있고, 단편 독립영화의 짧고 강렬한 힘은 그것에의 시선을 쉽게 거두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최종 상영작으로 결정된 단편 작품들은 이런 주제 및 소재와 영화적 표현 간의 조화를 고려하여 결정되었습니다. 







장편의 경우는 다큐멘터리가 6편 극영화가 5편입니다. 극영화 중에는 일반의 극영화와 함께 묶기 어려운 독창적 실험성을 띤 두 편의 영화, 노동과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둔 두 편의 영화, 한국사의 문제를 우화적으로 표기한 영화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홍대 앞 인디밴드들을 유쾌하게 그린 영화에서부터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의 기록, 한국사회가 끝내 저버린 한 경계인에 관한 삶, 쿠바와 한국을 오가는 개인적인 일지, 귀농자들의 굳고 단단한 현실, 성폭력 여성 피해자들의 연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단단하며 유쾌하고 용감합니다.







이 지면을 계기로 서울독립영화제2009에 작품을 출품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들이 혹시라도 귀중하고 뛰어난 누군가의 작품을 놓쳤다면 그건 전적으로 저희들의 부족함 때문이라는 말 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하여, 저희들은 서울독립영화제2009에 작품을 출품해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올해 본선에 진출하신 분에게는 축하를, 진출하지 못하신 분에게는 용기를 전합니다. 서울독립영화제는 2009년 마지막 달에 여러분의 힘으로 다시 한 번 치고 달리겠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09 예심위원(가나다순)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장)



김이환 (소설가)



부지영 (감독)



이강길 (감독)



정한석 (씨네21 기자)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