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5 새로운선택 부문 심사평

서울독립영화제2025 새로운선택 부문 심사평

2025년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선택 부문을 심사하면서 저희는 형식과 주제, 화법과 제작 방식에서 서로 다른 질문과 결을 보여준 8편의 작품 모두에 깊은 애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3인 3색의 심사위원들이 서로 공유하는 가치들과 더불어 각자 더 조명하고 힘을 실어주고 싶은 영역들이 확고했던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이 상에서 주목할 ‘새로움’의 정의는 무엇인지, 또 작품들 개개의 미덕과 성취는 무엇인지 꼼꼼하고 다각적으로 논의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울러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선정된 모든 작품들이 이미 충분한 새로운 시도들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무려 이틀에 걸친 회의 끝에 저희 심사위원들은 자신이 구축한 세계의 시선과 방향성을 끝까지 책임감 있게 지켜내고 완성해 내는 감독의 작가적 힘 그리고 태도가 감독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영화를 다루는 이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데에 의견을 모았습니다. 올해 수상작으로 선정된 두 작품은 형식과 정서가 서로 극명하게 다릅니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독립영화 제작의 여건 속에서도 감독의 확고한 의도와 선택들이 흔들림 없이 돋보이도록 완성되었다는 점에서는 같은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에 심사위원단은 〈충충충〉을 새로운 선택상으로, 〈흐르는 여정〉을 새로운 시선상으로 선정합니다.

<충충충>은 동시대 젊은 세대가 겪는 불안, 고립, 충돌과 충동을 거침없는 감각으로 포착한 작품입니다. 영화는 우리 사회의 주변부 인물들을 도덕적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끌어안고 관객을 초대합니다. 특히 다채로운 형식과 파괴적 리듬이 단순히 실험적 스타일에 그치지 않고 인물이 겪는 내면의 요동과 사회적 함의까지 영화의 정서와 흐름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미학적 완성도를 지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동시대 젊은 세대의 현안들을 단편적인 이슈의 나열로 처리하지 않고 한 서사의 호흡 안에서 유기적으로 엮어낸 점, 보는 이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 있는 도발적 선택들에 대한 감독의 확고한 방향성과 의지를 높이 샀습니다. 무엇보다 영화 전체를 밀어붙이는 에너지, 관객을 끌어당기는 리듬, 동시대의 새로운 기술적 문법을 유려하게 다룰 수 있는 감독만이 구현할 수 있는 감각과 아이덴티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에 심사위원단은 〈충충충〉을 새로운 선택상으로 선정합니다.

〈흐르는 여정〉은 충돌과 파열을 통해서가 아니라, 삶의 섬세함을 들여다보는 선택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인물의 여정과 관계의 변화 속에서 존엄사라는 낯선 선택의 과정을 담담하게 따라갑니다.
감독은 인물의 결정을 과장하거나 조장하는 대신 관찰자의 호흡으로 지켜봅니다. 영화는 존엄사라는 뜨거운 의제를 논쟁적으로 다루기보다, 마지막 선택을 마주한 한 사람의 주변에 퍼지는 복잡한 감정의 파장을 담백하면서도 깊이 있게 표현합니다. 감독의 섬세한 고민과 태도는 화면의 질감, 음악의 역할, 기성 배우들의 익숙한 얼굴을 전형적으로 소비하지 않기 위한 낯선 결의 캐스팅과 절제된 연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죽음은 먼지가 쌓이는 일과 같다”는 영화 속 문장은 이 작품이 품고 있는 삶과 죽음에 관한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흐르는 여정〉은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할 것인지에 대해 관객에게 다층적인 질문을 던지며, 오래 남는 여운을 안겨주는 작품입니다.

이에 심사위원단은 〈흐르는 여정〉을 새로운시선상으로 선정합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5 새로운선택 부문 심사위원 일동
남궁선(영화감독)
박송열(영화감독)
변승민(영화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