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시프레터 한 줄 요약🔎

📢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 예매 오픈 일정 및 프로그램위원회 추천작 공개!

🔸개막작 | <무관한 당신들에게>

    | 김태양, 손구용, 이미랑, 이종수 | 2025

    | 50min, World Premiere

한국의 첫 여성 감독 박남옥의 데뷔작 <미망인>(1955)은 그가 남긴 유일한 작품이다. 안타깝게도 이 영화는 결말이 유실된 채 우리 곁에 남겨졌다. <무관한 당신들에게>는 그로부터 70년이 흐른 현재, 동시대 독립영화 감독들이 그 미결의 세계에 보내는 화답이다. 김태양, 이종수, 이미랑, 손구용 감독이 각자의 단편들로 참여했다. 애초 전시로 기획된 프로젝트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한 편의 극장용 영화로 공개된다. 올해의 개막작이다.

🔸본선 장편경쟁 9 | <레이의 겨울방학>

    | 박석영 | 2025 | 74min, World Premiere

도쿄에 사는 중학생 레이와 아버지를 찾아온 한국 여고생 규리는 우연히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들꽃> <스틸플라워> <샤인> 등 특유의 묵직한 진심과 치유의 서사를 만들어온 박석영 감독의 신작 <레이의 겨울방학>은 전작들에 비해 한결 가벼우면서도 편안한 시선으로 나선 만남을 가지게 된 두 사람의 시간을 담아간다. 서로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짧은 단어와 몸짓으로 소통해 가는 두 소녀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꾸밈없는 에너지와 함께하는 시간은 여전한 울림과 진심을 전해준다. 특별한 것 없어 보여도 지나고 나면 즐거운 추억으로 가득했던 언젠가의 겨울방학과도 같은 영화.

🔸새로운선택 7 | <오후의 가정음악> | 공리혜

    | 2025 | 67min, World Premiere

영화감독을 꿈꾸며 영화를 만들던 청년이 출산과 육아로 십 년을 보냈다. 그 십 년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꿈은 어떻게 변모했을까. 눈물이 아닌 유머로 자신의 지난 시간을 반추하고 현재를 마주하는 태도가 발랄하고 유쾌한데 더없이 간절하다. 보는 이들 모두를 응원자로 만드는 신기한 영화다. 누군가에게는 다큐멘터리로 보일 이 작품을 감독은 ‘극영화’라고 칭한다.

🔸페스티벌 초이스 장편 쇼케이스 17

   | <제주의 시간> | 김다운 | 2025

   | 106min, World Premiere

도로 확장 공사를 위해 비자림로의 삼나무 900여 그루가 베어지고 시민들에 의해 공사는 중단된다. 하지만 이후로도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고 그로 인한 혼돈과 불안 속에서도 제주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활동은 계속된다. 서울독립영화제 후반제작지원작인 <제주의 시간>은 환경과 개발, 제주의 자연과 공존을 모색하는 사람들을 따라가며, 지역에 뿌리내린 청년 여성들의 현실과 꿈, 그리고 그들이 던지는 새로운 질문에 귀 기울인다.

🔸해외초청 7 | <전망세대> | 단즈카 유이가

    | 2025 | 115min, Korean Premiere

도쿄 시부야에서 난초를 배달하는 쿠로사키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후 오랫동안 인연이 끊긴 아버지의 전시장에 배달을 가게 된다. 자신의 경력을 위해 가족들을 떠났던 아버지와의 갑작스러운 재회 후 쿠로사키는 결혼을 준비 중인 누나에게 이를 알린다. 26세의 나이로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받으며 일본 최연소 칸영화제 초청 감독으로 화제를 모은 단즈카 유이가의 장편 데뷔작 <전망세대>는 재개발이 진행되는 시부야의 풍경을 배경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가족의 의미와 대도심 속 부유하는 청년들의 현재를 묵묵히 그린다. 재개발이라는 명목하에 계속해서 모습을 바꾸는 도시의 풍경과 그곳을 떠도는 청년의 모습은 국경을 넘어 이곳의 풍경과 그리 다르지 않으리라. 최근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루며 새로운 재능의 등장을 알리고 있는 일본영화의 현재와 하나의 경향을 만날 수 있는 영화.

🔹본선 단편경쟁 2 | <나만 아는 춤> | 김태양

    | 2025 | 25min

무용 교실에 다양한 사람이 모였다. 춤에 문외한인 이들은 강사의 지도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리듬을 만들려고 한다. 그 과정이 흥미롭다. 춤도 하나의 언어이자 이야기인 것에 착안하여 영화는 참여한 이들의 각자의 사연을 무용으로 변환하여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수강생들이 춤을 배운다기보다 나에 대해서 말하고 그걸 참여한 이들이 경청한다는 인상을 준다. 왜 제목이 ‘나만 아는 춤’인지 이해할 수 있는 연출이다. 실제 무용을 하는 이가 강사 역을 맡고 배우 외에도 춤을 배우는 이들이 참여한 까닭에 정교하게 이뤄진 편집과 다르게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든다. <미망> <서울극장>의 김태양 감독 작품이다.

🔹본선 단편경쟁 3 | <BEAM : 살아있는 나무>      | 이수정 | 2025 | 40min, World Premiere

단편 다큐멘터리로는 긴 러닝타임이지만, 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다. 초반의 정적인 숲의 풍경이 서서히 농밀한 체험으로 확장되며, 어느 순간 관객은 ‘바라봄’의 자리를 넘어 ‘함께 존재함’의 경지에 다다른다. 나무를 집요하게 응시하는 카메라의 지속성은 결국 정화의 순간을 불러온다. <BEAM : 살아있는 나무>는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허무는 감각적 사유의 여정을 완성하며, 극장에서만 가능한 영화적 체험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본선 단편경쟁 5 | <말을 걸다 鬼> | 이승환

    | 2025 | 18min, World Premiere

장애와 차별, 사회적 방치를 ‘귀신’이라는 상징을 통해 직시한 작품이다. 비전문 배우들의 열연이 특히 눈에 띄며, 현실감과 상징성이 공존하는 독특한 밀도를 완성한다. 영화는 ‘장애 귀신’과 ‘장애 무당’이라는 상상을 통해, 차이를 차별로 만들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감독은 “장애는 특별한 약점이나 불행이 아니라, 단지 다른 삶의 모습일 뿐”이라고 말하며, 그 철학을 영화적 서사 안에 담아낸다. 사회적 메시지의 강도와 예술적 완성도의 균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페스티벌 초이스 단편 쇼케이스 1

    | <만복탕> | 한병아 | 2025 | 22min

한병아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만복탕>은 다양한 ‘엄마’ 캐릭터를 중심으로, 목욕탕이라는 일상적 공간 안에 인류의 삶과 기억, 그리고 시간의 결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각 캐릭터가 지닌 사연과 감정이 서로의 관계 속에서 촘촘히 드러나며, 웃음과 슬픔이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애니메이션 속 동물들의 성격이 그들의 내면을 비추듯 생생히 살아 있고,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인간의 본성을 발견한다. ‘삶이 담긴 목욕탕’이라는 표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작품은 없을 것이다.

🔹페스티벌 초이스 단편 쇼케이스 3

    | <어쩌다 이지경> | 이준섭 | 2025

    | 25min, World Premiere

기리보이로 알려진 홍시영 배우와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주목받은 박혜은 배우의 호흡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준섭 감독의 전작 <텐트틴트>가 연인의 갈등과 충돌에 초점을 맞췄다면, <어쩌다 이지경>은 그 단계를 지난 관계의 권태와 잔열에 주목한다. 오래된 연인의 빛바랜 감정, 시간 속에서 조금씩 닳아가는 마음을 감독 특유의 재치와 리듬으로 담아낸다. 유머러스하지만 어딘가 씁쓸한 여운이 남으며, 관계의 끝자락에서 마주하는 익숙한 낯섦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