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앨범

서울독립영화제2013 (제39회)

본선경쟁(단편)

공리혜 | 2013 | Fiction | Color | HD | 29min 59sec

SYNOPSIS

영화감독을 꿈꾸지만 늘 실패하는 여주인공 문숙이는 엄마에게 기생하는 잉여인간이다. 집에서는 빨래를 하는 조건으로 엄마에게 돈을 받는다. 그렇다 보니, 엄마는 늘 영화를 때려치우고, 취업하라고 한다. 하지만, 취업도 쉬운 일은 아니다. 영어 공부를 해야 토익 시험이라도 볼 텐데 영어는 어렵다. 그러던 어느 날 문숙이는 TV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 노래하는 가수 송창식을 보고 반해 가수가 되기로 한다. 엄마에게 더 이상 영화감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가수가 되기로 한다. 하지만, 실상 망막하다.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가수가 되려면 제일 먼저 필요한 게 뭐지? 영화를 찍기 위해 내가 제일 먼저 카메라를 샀던가? 그럼 가수가 되려면?

DIRECTING INTENTION

너무 흔한 얘기다. 88만 원 세대. 꿈을 잃고 더 좁고 심한 경쟁으로 내몰린 세대. 사회에서 거부당하고, 집에서 외면당한 잉여적 청춘. 그러나 사회나 가족이 그들을 외면했다고만 할 수 있을까? 그런 사회를 거부할 권리가 청춘에게도 있는 것이 아닐까? 계산하지 않고 평가받지도 않으며, 능력에 대한 평가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청춘에게는 있다. 무모하거나 늦었다는 것은 지난 시대의 잣대일 뿐……. 여전히 강요에 민감하고, 권리 행사에 둔감한 이 땅의 청춘들에게 가볍고 사소하게 외치고 싶었다. 하고 싶으면 해 봐, 아니다 싶으면 바꿔 봐. 하고 싶은 것이 없는 것이 정말 슬픈 거야. 그러면 나이와 상관없이 늙은 거야. 취직 못하고 결혼 못하는 것보다 더 슬픈 거야.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공리혜

공리혜

2009 <머메이드 프린세스>
2009 <빅래프>
2009 <에브리바디해즈어디지털카메라>
2011 <마마앤미미>
STAFF

연출 공리혜
각본 공리혜
촬영 공리혜
편집 공리혜
음악 공리혜
미술 공리혜
출연 공리혜, 정옥선

PROGRAM NOTE

감독 공리혜의 영화 속 자아 ‘공문숙’은 작가 김해경의 소설 속 자아 ‘이상’처럼 방구석에서 날아올라 비상하길 꿈꾼다. 영화과를 졸업하면 찰리 채플린, 우디 앨런, 주성치처럼 될 줄 알았지만, 기껏 만든 단편영화는 영화제에서 떨어지기 일쑤다. 그래서 이제는 영화를 살짝 접어 두고 뮤지션이 되기로 하고, 유투브를 통해 배운 ‘거라지 밴드’로 싱어송라이터가 되길 꿈꾼다. 서른두 살의 청년 백수 공문숙은 오늘도 ‘오후 네 시’에 일어나 공공 헬스클럽에서 한가롭게 체조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그리고…… 논다. 남들처럼 돈도 벌고 싶고 비즈니스도 하고 싶지만, 영화와 노래로 돈을 벌고 비즈니스 한다는 게 쉬운 게 아니다. 어찌됐건 ‘거라지 밴드’와 카메라로 <수제앨범>을 만들었고, 화장을 하고 예쁘게 옷을 차려입고 ‘오후 네 시’에 외출을 하고 YG엔터테인먼트에 데모를 내민다. 다행히 이 <수제앨범>은 꽤 재밌고 귀여워서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이 결정되었다. 아무쪼록 공문숙 혹은 공리혜의 이번 <수제앨범> ‘비즈니스’가 성공적이길 기원해 본다.

최진성/서울독립영화제2013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