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납작 엎드릴게요
장편 쇼케이스
김은영 | 2023 | Fiction | Color | DCP | 63min
SYNOPSIS
입사 5년 차, 여전히 막내인 혜인은 ‘습관성 굽실 증후군’에 걸려 있다. 절 출판사의 교정, 교열 담당으로 업무 보고는 스님께, 직함은 따로 없이 ‘보살’로 불리우니 보살답게 일을 하려 하는데 밀려드는 업무와 인내심을 시험하는 고객들 덕분에 하루에도 수없이 극락과 지옥을 오간다.
DIRECTING INTENTION
여기 절이 회사인 직장인들이 있다. 법복을 입고, 스님께 업무 보고를 하고, 점심은 발우공양을 하는 직장생활이 얼핏 보면 독특하고 재미있어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이런 정글도 없다. 부러워할 만한 회사도 아니고, 하는 업무는 하찮고, 월급은 궁상맞다. 상사의 말은 부처님 법문처럼 마음에 새기고 고객의 갑질엔 납작 엎드려 밥그릇을 지켜내는 흔한 직장인. 자존심 따위는 본래부터 공(空)한 거라고 말하는 그들을 보노라면 뒷목 잡다가도 ‘어, 저거 내 얘기 아냐?’ 싶어 눈물이 난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이래도 괜찮은 거구나. 위로받고 안심이 될 것이다. 어쩌면 따뜻한 행복을 느끼게 될지도. 절과 회사, 회사와 절이라는 기묘한 풍경 속에서 하루에도 수없이 극락과 지옥을 오가는 법당 옆 출판사 직원들의 이야기.
FESTIVAL & AWARDS
2023 제25회 정동진독립영화제 땡그랑동전상
2023 제2회 섬진강영화제
2023 제10회 부산여성영화제
2023 제14회 광주여성영화제
DIRECTOR

김은영
2016 중고, 폴
2020 평야의 댄서
2022 눈을 감고 크게 숨 쉬어
STAFF
연출 김은영
제작 황영
각본 헤이송
촬영 전상진
편집 김은영
조명 전상진
음악 심상명
미술 고라니북스
출연 김연교, 장리우, 손예원
PROGRAM NOTE
교외에 자리한 사찰은 제법 큰지 출판 업무를 담당하는 팀을 따로 꾸린다. 거기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송혜인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2020년에 출간된 동명 원작의 작가 헤이송이 내처 각본까지 맡았고, 같은 출판사에서 기획한 영화는 사찰의 경건함보다 정갈한 분위기를 닮았다. 아득한 새소리, 종소리 대신 순수한 인간의 이야기를 기대하라는 말이다. 도대체 거기에서 무슨 일을 할까, 싶은 곳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을 배경으로 삼은 이야기엔 대체로 웃음꽃이 피어난다. 거기도 같은 인간이 사는 곳인지라 먹는 것, 보는 것, 듣는 것에 사실 특별난 게 없다가도, 종교라는 것과 연결된 소재인 까닭에 문득 깨달음 비슷한 것을 느끼게 하는 게 영화의 특별한 점이다. 그러고 보면, 뒤늦게 불교출판사에 도달한 혜인은 갓 수련에 오른 존재에 다름 아니다. 성취하려는 일은 많은데, 아직 서툰 탓에 그는 매번 실수를 거듭해 선배들로부터 눈총을 맞기가 일쑤다. 그래도 수련을 멈출 수 없는 수도승처럼, 그는 하루하루를 즐거운 미소로 나아간다. 주연을 맡은 김연교의 맑은 연기도 좋지만, 그를 둘러싼 장리우, 손예원, 임호준의 원숙하고 넉넉한 아우라가 웃음을 멈추지 않게 만든다.
이용철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