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런 거지
서울독립영화제2024 (제50회)
장편 쇼케이스
이하람 | 2024 | Fiction, Experimental | Color | DCP | 77min (K)
TIME TABLE
12.1(일) | 20:30-21:46 | CGV압구정(본관) 3관 | E, GV, 15 |
12.4(수) | 15:20-16:36 | CGV압구정(본관) 2관 | E, GV, 15 |
SYNOPSIS
머물 곳 없는 커플로 추정되는 두 남녀는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살인을 저지른다.
DIRECTING INTENTION
시대가 변하는 과정에 파멸의 폭력은 늘 존재해 온 것 같다.
갈라지거나 금이 난 땅 위에서 우리는 어쩌면 모두가 냉전 중인 거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커트 보니것이 <제5도살장>을 쓰기 전 오 헤어 부인으로부터 끔찍한 전쟁 미화식의 충고를 듣고는 그런 이야기를 쓰지 않겠다고 맹세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어쩌면 커트 보니것이 그 충고를 듣지 않고 쓰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그 온통 문체적이고 정신분열증적 방식의 글로 말이다.
총과 칼이 무서우랴? 그대의(우리의) 말보다 무서운 건 없다.
물론 트랄팔마 돈어 행성이 존재한다면 모르겠지만.
빌리 필그림을 위하여! 뭐 그런 거지.
FESTIVAL & AWARDS
2024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2024 제26회 부산독립영화제
DIRECTOR

이하람
2022 기행
2023 흙으로 돌아가리라
STAFF
연출 이하람
제작 이하람
각본 이하람
촬영 이하람
편집 이하람
조명 이하람
음악 이하람 외
미술 이하람
출연 기진우, 이정민, 곽진, 박정우, 권해원, 정지수, 박서현
드론 촬영 이경수
PROGRAM NOTE
전쟁은 늘 일어나고 누군가는 재가 되고 누군가는 죽은 자의 보석을 챙기고, 삶과 죽음은 합당한 이유가 없는 무작위적인 것이기 십상이고, 이런 일들이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새삼스러울 것 없다고, 뭐 그런 거지, 라고 커트 보니것이 말했다. <뭐 그런 거지>의 젊은 남녀 커플은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자각한다. 세상이 전혀 관심 갖지 않는 이 젊은 커플이 할 수 있는 일은, 역시 보이지 않는 존재인 소녀들을 위해 처단식을 거행하는 것과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자신들의 사랑의 증거를 남기는 일이다. 증거를 남기기 위해 사진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진사가, 즉 증인이 필요하다. 이 증인만이 유일하게 이 커플을 보이는 존재로 인식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 커플을 죽이러 온다. 이 증인은 자신의 죽음을 통해 이 커플의 비밀스러운 능력치를 증언하기도 한다. 이 커플은 가진 것이 자유밖에 없다. 재산도 혈통도 없는 이들이 자유시민이라는 몫만 받듯이, 이 커플에게는 허울뿐인 자유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 자유를 스스로를 사라지게 만드는 데 쓴다 할지라도. 이 영화 속 얽힌 손의 유희, 새의 교미 인서트, 피 묻은 토끼풀과 저무는 석양 등의 이미지들은 그간 영화에서 사용한 은유적 장치들을 재고하게 만든다. 영화는 숏으로는 은유를 만들 수 없는 매체일지도 모른다. 단지 숏과 숏 사이, 보이지 않는 그 사이에서만 읽히는 것일지 모른다. 그래서 도저한 센티멘털리즘으로 무장한 이 영화를 표면으로서의 숏이 아닌, 숏과 숏 사이에서 다시 읽어 봐야 한다.
김미영 / 서울독립영화제2024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