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영화

서울독립영화제2010 (제36회)

본선경쟁(단편)

이형석 | 2010|Experimental|Color. B&W|35mm|9min

SYNOPSIS

황량한 들판을 가로질러 말을 타고 등장하는 보안관, 인디언의 습격으로 폐허가 된 마을로 들어서는데... 그 마을에는 보안관을 응시하는 시선들이 존재한다.

DIRECTING INTENTION

숨은 자들의 시선은 관객의 시선과 동일시되면서 서부극의 장르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 영화는 서부영화가 아니다.

FESTIVAL & AWARDS

2010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이형석

이형석

2002 <호흡법, 제2장>

2005 <공사중>

2007 <155마일>

2009 <디지털 인터미디에이티드 스위밍>

STAFF

연출 이형석
제작 김태용
각본 이형석
촬영 이상길
편집 이형석
조명 이진환
미술 신현숙
음향 박희찬
색보정 전대현, 함종민
출연 고관재

PROGRAM NOTE

한 사내가 말을 타고 아무 것도 없는 벌판 저 끝에서 천천히 다가온다. 총을 들고 작은 오두막 쪽을 유심히 살피며 다가오는 이 사내, 맞다. 그는 카우보이다. 오두막의 여기저기를 수색하듯 맴돌던 그를 카메라는 이상하게도 가깝게, 분절적으로 잡는다. 그의 움직임은 카우보이라고 하기에는 왠지 지지부진하다. 모래가 날리고 바람이 부는 황야의 시원한 액션은 없다. 그 때 오두막안에서 누군가 그에게 총을 쏜다. 여기에 어떤 복수의 서사가 있을까, 궁금해질 때쯤, 지금껏 흑백이던 세상이 갑자기 컬러로 바뀐다. 게다가 컬러가 되니, 이 멋진 카우보이는 모자도, 총도 없이 내복 바람으로 오두막을 응시하고 있다. 오두막은 막 지은 세트장의 형상을 하고 있다. 흑백과 컬러 사이, 듬직한 카우보이와 내복바람의 초라한 남자 사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 영화를이해하는 몇 개의 길이 있을 것이다. 영화 매체의 환영성, 즉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것이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는 판타지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영화가 웨스턴 장르를 빌려왔다고 볼 수도있다. 하지만 <서부영화>는 그런 관념적인 이해가 아니라, 영화가 주는 감흥을 받아들일 때, 더흥미로운 작품인 것 같다. 말하자면 서부극의 상실, 더 이상 서부극이 존재할 수 없는 세상, 그세상 안에서 충만했던 과거를 바라보는, 한 때는 카우보이였던 남자의 볼품없어진 육체, 회한에사로잡힌 응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장르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바라보지만, 여전히스스로를 카우보이라고 믿으려는 사내의 자존감. 향수와 슬픔. 이 모든 것이 <서부영화>의 짧은 순간에 담겨 있다고 말한다면, 과장된 감흥이라고 비난받을까?

남다은 / 서울독립영화제201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