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서울독립영화제2006 (제32회)

장편초청

전수일 | 2005 | Fiction | 35mm | Color | 110min

SYNOPSIS

가난한 영화감독 김은 왕래 없이 지냈던 사촌형 일규의 전화를 받는다. 일규의 모친과 6.25전쟁 때 헤어져 북한에 살고 있는 부친이 중국 연길에서 상봉하기로 한 소식을 전하며, 해외여행 경험이 많은 김이 동행해 줄 것을 부탁한다. 속초로 가는 버스 안에서 한 여자(영화)를 보게 되고, 잠시 여자와 눈이 마주치며 마음이 끌린다. 속초의 민박집에서 우연히 영화를 다시 만난 김은 태백으로 동생을 찾으러 가는 영화를 무작정 따라 나선다. 뿌리를 잃은 한국인의 고립감과 상실감을 서정적인 화면에 담아냈다.

DIRECTING INTENTION

해가 기울기 시작하고 길 위에 어스름한 땅거미가 깔려, 저만큼 보이는 짐승이 개인지 늑대인지 잘 분간해낼 수 없는 순간. 그때를 프랑스 사람들은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heure entre chien et loup)’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시간은 현재와 과거, 현실과 꿈의 시간적 공간적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시간이다. 이 불분명한 경계는 불안과 혼돈을 낳으며 일상적인 세계를 낯설게 만든다..
우리 삶이 한 번 잃은 것을 되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평생을 걸고도 찾지 못한 채 눈감아야 할지도 모르는 일. 그러나 때로는 그 노력을 향한 여정이 떠남과 머묾, 되찾음과 찾지 못함을 넘어서, 삶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이 영화는 끝없이 먼 어스름길 위에 있는 김과 영화처럼, 우리를 또한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의 우수 속으로 안내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우리가 벌써 잃어버린 것들과 앞으로 잃어버릴 또 다른 많은 것들에 맞설 만한 용기를 가지게 할 것이다.

FESTIVAL & AWARDS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부문 최우수작품상
제50회 칸느 영화제
1997 제 2회 부산국제영화제
1998 인도국제영화제
1998 스위스 프리부르국제영화제
1998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1999 베니스국제영화제
1999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2000 프리부르국제영화제 황금시선상
2000 모스코바국제영화제
2003 부산국제영화제
2004 스위스 프리부르 영화제
2005 부산국제영화제
2005 페사로국제영화제
2005 브리스번국제영화제
2006 인도 캘커타 국제 영화제
2006 낭뜨 국제영화제

DIRECTOR
전수일

전수일

1997 <내 안에
우는 바람>

1999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2003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STAFF

연출 전수일
제작 임왕태
각본 전수일
촬영 정성욱
편집 이동욱
미술 이정애
음향 계수정

PROGRAM NOTE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은 잊혀진 과거와 현재가 어스름 교차한다.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존재의 의미는 찰나성만을 지닌다. 멀지 않은 과거도 빠르게 잊혀진다. 빚 독촉에 시달리는 김감독은 최근 만든 영화 편집과 개봉이 녹록치 않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사촌 형으로부터 그의 모친이 중국에서 북한에 있는 부친과 상봉할 수 있게 동행을 부탁받는다. 그는 탐탁지 않은 부탁으로 불편한 마음으로 속초를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영화라는 여자를 만난다. 그는 그녀의 동생을 찾으로 가는 태백으로의 여정에 동행하게 된다. 카지노로 바뀌게 되는 그곳의 풍경은 지난 과거의 시간이 시체처럼 널브러져 있다. 사람들이 숨쉬고 살았던 그곳은 더 이상 누군가의 고향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단절된 공간도 그 공간에 대한 기억을 가진 사람의 죽음과 더불어 사라지고 있다.
전수일 감독은 부산에서 힘겹게 지속적으로 영화를 만들어 오고 있는 감독이다. 이 영화의 김감독에게서 전수일 감독의 모습이 투영되었음을 눈치 챌 수 있다. 그렇다고 영화가 영화 만들기에 대한 영화는 아니다. 인간의 삶 속에서 잊혀지는 과거와 한국 사회의 과거 현재의 풍경이 녹아들어 있다. 그 속에서 현재 우리는 개와 늑대를 분간 할 수 없는 시간의 경계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과 마주친다.

함주리 / 서울독립영화제2006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