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열쇠

서울독립영화제2011 (제37회)

본선경쟁(단편)

김희정 | 2011|Fiction|Color|HD|13min

SYNOPSIS

10살 하영이는 방과 후 열쇠를 너무 자주 잃어버린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가 올 때까지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항상 혼이 나지만 쉽게 고쳐지지는 않는다. 하영이는 이 고민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DIRECTING INTENTION

어린 소녀가 집으로 들어가기 위한 해결책

FESTIVAL & AWARDS

2011 부산어린이국제영화제/맑은바람상

DIRECTOR
김희정

김희정

2001 < XO, XO >

2004 <풀밭위의 점심식사>

2007 <성스러운 소녀>

2011 <열정 없는 마음>

STAFF

연출 김희정
제작 김건
각본 김희정
촬영 황우현
편집 노유정
조명 황우현
음악 강산, 김윤경
출연 백하영, 이소연
조연출 최용안

PROGRAM NOTE

아이가 아이었을 때를 우리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하지 못하는 걸 이렇게 기억한다고 우길 때, 아이가 주인공인 대다수 영화는 함정에 빠지고 실패한다. 아이는 그렇게 행복하거나 불행한 존재가 아니다. <개와 열쇠>는 아이의 눈으로 아이의 시간을 사는 영화다(물론 이것도 나의 착각일지 모르지만). 주인공 소녀는 용케 감독의 눈에서 풀려나 자유로운 존재로 살아 숨 쉰다. ‘개와 열쇠’는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무사히 마치고 싶은 소녀를 괴롭히는 두 장애물의 이름이다. 집을 지켜야 할 개는 왠지 소녀가 편히 골목길을 걷지 못하게 방해하고, 응당 집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도와야 할 열쇠는 반대로 소녀가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다. 환장할 일이지만, 소녀는 도망을 치거나 엄마에게 꾸중을 듣는 것으로 때운다. 설령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도 그건 관객 몫이다. 소녀는 상관할 일이 아니라는 듯 군다. 무심하게 자기 방식을 지키는 소녀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변해야 한다는 생각에 저항하는 게 아니라, 변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거다. 소녀는 오로지 현재의 유희에 충실할 따름이다. 상대적으로 길게 안배된 담 넘기 장면을 보자. 소녀를 비롯한 동네 아이들에게 그건 보람찬 노동 겸 유쾌한 놀이다. 문제가 풀리는 방식 또한 우리의 예상과 어긋난다. 변하는 건 어른이다. 할머니는 개를 줄에 묶게 되고, 엄마는 자신의 무력함만 절감한다. <개와 열쇠>는 길을 걷는 소녀의 뒤를 슬그머니 따르며 기록한 것 같은 영화다. 괜한 걱정으로 가슴을 벌렁거리는 영화나 내 향수를 달래자고 아이를 끌어들이는 영화와 궤도를 달리하는 영화다. 덕분에 아이는 소재가 아닌 주제로 화한다.

이용철/서울독립영화제201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