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가는 길

서울독립영화제2005 (제31회)

단편경쟁

배성근 | 2005 | Fiction | 16mm | Color | 23min

SYNOPSIS

홀트아동복지회에서 해외로 입양되는 아기를 안고 출국하는 길에 정우는 지난 일들을 떠올린다. 어느날 아침, 어머니는 요즘 어학연수 갔다와야지 취직도 잘된다면서 보험통장을 슬그머니 내미신다. 정우는 왜 쓸데없는 짓을 하시냐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늦은밤 정우가 아르바이트를 하는서점에 옛 친구 경은이 찾아온다. 경은은 정우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이지만....

DIRECTING INTENTION

20대의끝자락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와 함께 20대를 힘차게 출발했던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다. 친구들은 아직 무언가를 향해 묵묵히 걷고 있었다. 그들의 지친 표정에서 가도가도 끝이 없을 것만같은 황량한 사막 냄새가 훅 끼쳐왔다. <공항 가는 길>은 오늘도 사막 어딘가에 있을 신기루를 찾아 지친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나의 친구들과 나의 이야기이다. 그 친구들과 또 내가 미처 알지 못한 미래의 친구들과 함께 걷고 싶다.

FESTIVAL & AWARDS

2005 부산디지털콘텐츠유니버시아드

DIRECTOR
배성근

배성근

2003 <델리만쥬>

STAFF

연출 배성근
제작 김성연
각본 배성근
촬영 이명호
편집 고미경
조명 김희원, 백윤석
미술 강동연
음향 안복남
출연 이화룡, 홍지수, 유순철, 반혜라, 안세진, 이강영
동시녹음 김태연, 오세섭

PROGRAM NOTE

영화 <공항 가는 길>은 21세기를 살아가는 고달픈 청춘들을 떠나 보내는 노래이다. 이 영화는 어학연수를 위해 떠나는 차 안에서 시작한다. 대학 졸업반인 정우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어머니는 어학연수를 떠나야 나은 직장을 구할 수 있다고 정우 앞으로 된 보험통장을 내밀고, 과거의 친구였던 경은과의 짧은 해후. 해외로 가는 입양아를 안고 그는 이 나라는 떠난다. 이 영화에서 공항은 분명한 공간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공항’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심상을 통해 영화를 설계해 놓았다. 전체 영화의 앞과 뒤는 공항으로 떠나는 장면과 비행기 안의 장면들로 구성하여 시간적인 흐름을 미리 잡았다. 공항은 드러나지 않지만 영화에서 끊임없이 드러나는 정서적인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잠시 머물렀다 가는 공간들이 있다. 버스 터미널, 기차 역사, 부두, 공항 등. 주로 ‘이동’을 위해 들어옴과 나감이 잠시 머물렀다가 가는 공간들이다. 이런 공간들의 특징은 하나의 동일한 정서이기보다도 매우 복합적인 정서가 작용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영화는 공항을 감춤으로써 정서적인 베이스를 형성하여 영화를 한층 더 풍부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 영화가 슬프게 보이는 까닭은 남아서 악착같이 싸우기 보다는 시대적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청춘들의 자기항복 선언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김화범 / 서울독립영화제2005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