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인

본선 장편경쟁

이정홍 | 2022 | Fiction | Color | DCP | 135min 28sec (E)

SYNOPSIS

목수이자 작업반장인 기홍은 요즘 들어 부쩍 동료들에게 고함을 질러 대는 모습이다. 동료 목수이자 친구인 경준이 참다 못해 그 무례함을 지적한다. 무안해진 기홍은 삶의 변화를 모색한다.

DIRECTING INTENTION

우리는 늘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을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영화 속 수수께끼 같은 인물들이 궁금해지고 그들을 유심히 관찰하며 나아가 그 속마음을 들여다보게 되는 그러한 체험이, 나날이 관계 속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가치 있는 경험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FESTIVAL & AWARDS

2022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넷팩상, KBS독립영화상, 크리틱b상

DIRECTOR
이정홍

이정홍

2012 반달곰
2012 해운대소녀
2013 군인과 표범

STAFF

연출 이정홍
제작 김종선, 이정홍
프로듀서 정현중
각본 이정홍
촬영 김종선
편집 이정홍
사운드 이승철
동시녹음 이성철
조감독 황태성
출연 박기홍, 안주민, 전길

PROGRAM NOTE

목수 기홍에게는 장인의 자부심은 없어도 오랜 현장 경험에서 터득한 능숙함이 있다. 그가 사는 근사한 주택의 주인 부부는 어딘지 투명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여유롭고 허물없이 세입자 기홍을 대한다. 기홍과 부부의 공간은 두 개의 현관문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내부는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들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금세 어울려 술을 마시고 반말과 존댓말을 묘하게 섞어 쓰며 노골적으로 내색하지는 않아도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탐색한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친밀한 공유와 불편한 침범 사이, 호기심과 경계 사이에서 미세하게 진동하는 관계의 공기를 포착하고 응시한다. 그리고 말 그대로 ‘하늘에서 뚝 떨어져’ 이들의 일상에 처음에는 비밀스러운 사건으로, 이내 그 서스펜스가 무색하게도 담담하게 개입하는 제3의 인물이 영화의 방향을 묘하게 비튼다. 그저 대화하고 밥 먹고 노동하는 일상적 장면들 안에서 허세와 다정함, 막역함과 냉정함, 분노와 고독, 염치없음과 조심스러움, 욕망과 결핍의 감정과 태도가 순간순간 화면에 떠올랐다 가라앉길 반복하는데, 어느새 신기하게도 영화에는 고유한 리듬감이 생성된다. 그 움직임은 잔잔하면서도 왠지 날카롭게 장면을 긁는다. 한 편의 영화가 음산한 공기와 기이한 유머 감각을 동시에 작동시킨다면 이런 세계가 될까. 인물을 ‘설명’하려는 시도 없이 인물의 뉘앙스를 절묘하게 모험적으로 살려 냄으로써 이 세계 자체가 ‘괴인’의 상태에 도달하는 데 성공한다.

남다은 /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